지난달 가계 신용대출이 3조7000억원 늘어나 7월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신용대출 증가액은 6월에도 사상 최대였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2일 ‘7월 중 금융시장동향’에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달 말 93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늘었다. 6월(8조2000억원) 증가액에는 못 미치지만 7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지난달 3조7000억원 늘었다. 7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신용대출은 4월엔 1000억원 감소 했고, 5월엔 1조1000억원 증가했다. 6월엔 증가폭이 3조10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달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한은은 주택 구매와 임차보증금 마련 등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신용대출 자금은 아파트를 사는 데 활용할 수 없다. 그러나 자금 용도를 다르게 말하거나 대출 시기를 당겨 받으면 충분히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늘면서 관련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늘어 전달(5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자가 높고 만기가 짧다. 가계로선 빚 상환 부담이 크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 역시 신용대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은 지난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7월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8조4000억원이 늘어 6월(1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을 키웠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