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은 “지난 1월 취임 후 지금까지 혁신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워밍업’(준비운동)을 마쳤다”며 “코로나19로 25만명의 소상공인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이 생긴 만큼 새로운 은행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3일 취임한 윤 행장은 취임 7개월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임후 진행한 첫 단독 인터뷰다. 다음은 윤 행장의 인터뷰 전문. ▶본지 8월 13일자 A14면 참조
▷‘혁신금융’과 ‘바른경영’ 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금융산업 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전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생존하지도 못합니다. 기업은행도 조직을 혁신적으로 변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인 고객들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것입니다.
올해 초 취임하며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이라는 두 가지를 축으로 기업은행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은행 본연의 업무를 바꿔나가는 게 혁신금융이고 은행 내부 조직을 바꿔나가는 게 바른금융입니다. 단순히 판매를 많이 하거나 이자를 많이 내서 수익을 많이 내겠다는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하고자 합니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도와드리면서 은행의 수익 구조를 바꿔나가겠습니다.
주OECD(경제개발협력기구)한국대표부 대사를 맡던 시절 바른경영을 위한 핵심 키워드 네 가지를 정립했습니다. 바로 △준법 △윤리경영 △책임경영 △포용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담아 기업은행은 지난달 ‘IBK윤리헌장’도 만들었습니다. 기업은행 전 임직원이 이를 잘 숙지하고 이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른경영이야 말로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방안입니다.”
▷혁신금융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실 생각이십니까.
“기존의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은행의 오리엔테이션(방향성)을 바꾸려고 합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180조원을 지원하는 식으로 재정지원에 나섰다면, 기업은행은 전통 제조업에 맞춰져있던 타깃을 혁신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나갈 것입니다. 모험자본 투자액도 늘릴 계획입니다. 3년동안 투자액은 2000~3000억원 정도였던 투자규모를 늘려 3년간 1조5000억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모험 자본 공급에 앞장서서 기업은행이 모험자본 전문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은행은 현재 창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를 더욱 확장하실 계획도 갖고 계십니까.
“현재 전체 중소기업 대상 대출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2% 정도 됩니다. 최근에 22.8%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소벤처기업에서는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벤처기업들은 리스크로 인해 은행들이 선뜻 나서기 꺼려하지만 역동성이 풍부한 분야입니다.
기업은행은 ‘IBK창공’이라는 창업 육성 플랫폼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창업이 된 기업들을 성장하게 도와주는 역할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서울 마포·구로와 부산 등 전국 3곳에 위치한 IBK창공 센터를 확대하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연계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해외의 스타트업들을 국내로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입니다.”
▷기업은행은 ‘기업 생애주기 맞춤형’ 금융 지원을 해왔습니다. 추진하시는 혁신금융이 기존 전략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틀은 같습니다. 다만 변화한 산업 생태계에서 은행의 역할은 아직 많습니다. 기업은행의 타깃을 전통 제조업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산단’ 등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 중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혁신의 옷’을 입으면 성공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해서 구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종합적인 컨설팅 등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업은행의 2분기 실적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 예상범위 내에서 관리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중 상당수의 기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은행 차원에서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습니다.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소상공인 지원 대출보다는 중소기업 대출이 걱정입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일시적인 자금 애로가 신용위기로 증폭되지 않도록 기업은행도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자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낼 수 있을지 고민할 것입니다. 비이자수익 관련한 부분도 확보할 것입니다. 비이자수익은 펀드나 방카슈랑스, 퇴직연금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투자은행(IB)이나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서도 수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허리띠도 졸라 메겠습니다.”
▷자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전략을 따로 세우고 계십니까.
“자회사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쪽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분이 이끌어야 합니다. 현재 자회사인 IBK투자증권도 분야 최고의 전문가 분이 이끌고 계십니다. 기업은행은 자회사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서 협력 사업에서의 수익 배분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현재 기업은행은 팀 단위던 컨트롤타워를 자회사운영부라는 부로 승격시켰습니다. 체계적인 관리와 협업이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조직 개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무엇이었습니까.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처럼 역동성을 불어 넣는 고객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기존 조직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혁신금융그룹입니다. 미래 혁신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혁신금융그룹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기존의 조직과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돼서 다른 은행이나 직원들도 바뀔 수 있는 선순환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투자금융(CIB)그룹과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기업고객그룹과의 협업도 중요합니다. 서로 칸막이를 쳐놓는 것처럼 구분할 수 있는 고객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 신설한 자산관리그룹도 조직개편의 핵심입니다. 기존 소비자보호그룹 조직에서 여수신 업무의 부수업무로서의 자산관리를 하던 것가 달리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담당할 그룹입니다. 단순히 기업과 개인으로 나눠져있던 기존의 ‘목적함수’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취지입니다.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각 은행들이 비대면(언택트)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현재 기업은행은 ‘디지털IBK’라는 이름으로 비대면 사업 다각화를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부터 ‘코로나 대출’로 총 25만건의 대출을 집행했습니다. 내년이 되면 이 분들의 대출이 전부 만기되는데 비대면 전환이 이뤄져있지 않으면 영업점 직원들이 다시 고생해야 합니다. 대출 연장 등의 단순 업무는 모두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대출 등으로 인해 기업은행의 고객 기반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금융권은 오픈뱅킹,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으로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퍼스트’는 갈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지원 플랫폼인 ‘박스’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창출 모델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을 튼튼하게 만들어 기업은행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박스 플랫폼을 살펴보면 유익한 외부 연계 프로그램이 더 많습니다. 이익은 큰 틀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은행산업의 전망과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코로나19는 디지털·언택트 경제를 가속화했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현실에 안주해왔지만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순이자마진(NIM)으로 대표되는 은행권의 이자 이익 부문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빅테크(대형 IT기업)와 핀테크 업체들의 금융 진출도 단순 은행 업무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도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해 담보나 보증부 대출 같이 서로 비슷한 업무를 두고 과당경쟁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변화한 시대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단순 자금 중개 기능을 넘어 모험자본 투자와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송영찬/정소람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