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유치원·어린이집은 식중독 사고 발생에 대비해 매년 급식실태를 조사받는다. 원생이 100명 미만이어서 영양사를 두지 않았던 유치원·어린이집은 지역 교육청이 전담 인력을 지원한다. 식중독 원인을 밝힐 보존식 보관 조치도 50인 미만 시설에 의무화한다.
12일 교육부는 제12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책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경기 안산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집단 용혈성요독증후군(햄버거병) 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유치원·어린이집들의 부실한 급식관리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가 종합 후속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고 이후 실태 조사 차원에서 지난달 유치원·어린이집 집단급식소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50인 이상 시설 1만5953개 중 169개 시설에서 보존식 관리 위반, 건강진단 미실시,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 등 174건의 급식관리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보존식 보관 지침을 어긴 경우가 7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보관한 경우도 26건이다. 원생이 50인 이상인 유치원·어린이집은 식중독 사고 조사를 위해 급식 중 일부를 법적으로 의무 보존해야 한다.
50인 미만 시설(총 2만8209개) 중에서는 784개 시설에서 889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돼 관리가 더욱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보관한 수가 464건에 달했고, 식자재를 비위생적으로 취급한 수도 121건을 기록했다. 의무사항은 아니나 보존식을 보관한 50인 미만 시설은 전체 중 21%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보존식 보관 대상은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시 빠른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사고 예방을 위해 매년 1회 이상 유치원·어린이집의 급식실태를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유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가 협동해 연 2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연 1회 전수점검에 나선다. 현장 조사 항목도 보존식 위주에서 식재료까지 조사범위를 넓힌다.
부실관리가 적발된 유치원·어린이집의 처벌은 강화한다.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거나 훼손한 기관은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 처음 적발될 경우 300만원을, 이후 추가 적발될 때마다 100만원씩 과태료를 더 높게 물리는 식이다. 만약 해당 기관이 고의로 보존식을 훼손할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한다.
100인 미만 소규모 시설에는 지역교육청이 영양사 면허를 소지한 전담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100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에만 영양사를 두는 것이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소규모 시설은 부실관리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 영양사가 공동으로 맡을 수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수는 최대 5개에서 2개로 제한해 관리 품질을 높인다. 200인 이상 시설의 경우 영양사를 단독 배치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50인 이상 유치원은 내년 1월부터 학교급식법을 적용해 품질 관리 기준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급식 위생 수준도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경기교육청 등과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냉장고 하부 서랍칸 온도가 적정 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식자재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이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은 규명해내지 못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