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넘어섰다. 2300을 돌파한 지 4일(거래일) 만에 2400선을 뚫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유동성에 하반기 기업실적 개선과 경기 회복 기대 등이 합쳐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11일 1.35% 오른 2418.6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을 넘긴 건 2018년 6월 15일(2404.04) 후 2년2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17억원, 423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2조3603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던 개인은 1178억원을 순매도했다.
주가 상승 속도는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올리며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조정을 받는 날이면 개인들은 여지없이 매수에 나서 낙폭을 줄이고, 횡보한다 싶으면 외국인이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 덕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가 맞물려 돈이 주식시장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 49조2196억원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급등한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5개 기업 중 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 두 곳뿐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올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익이 증가하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선방한 것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2020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OECD 37개 회원국 중 성장률 전망치가 가장 높다. OECD가 올 들어 성장률을 올린 국가도 한국이 처음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 잘 나오고 있고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면서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정이 오더라도 주식시장에 돈이 쏠려 있고 대기자금도 많아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상승 에너지 살아있다"
경기부양책·백신 개발 기대 커져…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요국 정부가 계속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우려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당장 증시가 조정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복이 덜 된 업종 위주로 오르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조정받을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유동성이 증시를 이끄는 와중에 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여 상승 탄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투자심리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지점 전문가는 “최근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이는 심리적인 것일 뿐 객관적인 조정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며 “자산가가 증시에서 돈을 빼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해진 것도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555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지난달에는 1조790억원어치를 샀다. 8월 들어서는 2661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지만 11일에만 15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물시장 동향도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달 들어 6거래일(1~10일) 동안 코스피200지수 9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날은 3거래일로 절반에 달했다.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으면 선물가격이 올라간다. 지난 4, 5월에는 선물가격이 더 비싼 날이 하루도 없었고 6월에는 4일, 7월에는 11일이었다.
고윤상/양병훈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