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맏형 계열사인 CJ제일제당(대표 강신호·사진)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깜짝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CJ제일제당이 선제적으로 투자한 가정간편식(HMR)과 글로벌 사업부문이 큰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사업 성과 본격화
CJ제일제당은 2분기 영업이익이 3016억원(CJ대한통운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1% 늘었다고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3조46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증권가 예상치인 2000억~22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양대 축인 식품 제조사업과 바이오 사업(사료용 아미노산·식품조미소재 생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식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어난 2조19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34% 증가한 1264억원이다. 바이오 사업 매출은 7429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영업이익은 핵산 트립토판 등 자체 개발한 고부가가치 소재가 수익성이 크게 높아져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110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사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영향이 컸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은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냉동식품 생산 유통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 내부에서 인수 금액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재현 회장의 결단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슈완스 인수는 CJ그룹 전체에 큰 부담이 됐다. 이듬해인 2019년 CJ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서울 가양동·구로공장 부지, 필동 인재원 등을 차례로 매각해 차입금을 갚아 나갔다. 가양동 부동산은 8500억원에, 구로공장은 2300억원, 인재원 건물은 528억원에 매각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회사의 안전 자산인 부동산을 팔아 미래 먹거리에 투자했다.
투자의 결과가 이번 실적이었다. ‘승자의 저주’로 불렸던 슈완스는 CJ의 효자로 거듭났다. 2분기 미국 슈완스 매출은 7228억원으로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사업 매출의 68%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높아졌다. 집밥의 시대 이끈 간편식간편식에 대한 투자도 결실을 맺고 있다. CJ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부터 간편식 제품 종류를 늘려왔다. 코로나19로 외식 감소와 더불어 집밥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간편식 제품 매출이 골고루 늘었다.
CJ 비비고죽은 동원 양반죽이 30여 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죽 시장에서 최근 1위를 넘보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엔 점유율 기준으로 동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CJ 대표 제품의 판매도 늘었다. 스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김치는 12%, 냉동만두는 10% 증가했다. 고추장과 다시마는 소포장 제품이 인기를 끌며 매출이 각각 12%, 7% 늘었다.
증권가에선 CJ제일제당의 선전이 코로나19에 기댄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확산이 누그러지면 외식과 신선식품 수요가 살아나겠지만 이번에 CJ제일제당의 제품을 맛본 구매자의 일부는 계속 소비자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주춤한 국내 시장에서 벌써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경험을 한 소비자가 신규 소비층으로 유입되면서 간편식 수요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