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노예' 부린 주지스님 법정 선다…"30년간 노동 착취"

입력 2020-08-11 15:05
수정 2020-08-11 15:07

절에서 일하던 지적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명의를 도용해 금전 거래까지 한 혐의로 고발당한 주지 스님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은 사문서위조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 상계동 한 사찰 주지스님 최모씨(68)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30여년 간 지적장애인 3급 A 씨(54)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의혹을 받는 최 씨는 앞서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데 이어 대가 없이 강제 노동을 시키고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30여년 전 부모에 의해 서울 노원구 절에 맡겨진 A 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절 안 청소와 잡일을 도맡아 했다.

A 씨는 일을 서투르게 할 때면 최 씨로부터 욕설과 협박을 듣거나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17년 절에서 탈출한 A 씨는 장애인단체 도움을 받아 최 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듬해 8월 법원은 최 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고, 장애인단체는 지난해 7월 다시 한번 최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1월 노원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를 진행한 서울북부지검은 A 씨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동안 최 씨에게 노동을 시키고도 약 1억3000만원 가량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 급여는 승려들의 평균 급여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법상 최저시급(3770원~6470원)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검찰은 또 최 씨가 2016년 4월 피해자 명의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와 2018년 1월 권한 없이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 2매를 작성하고 은행직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도 적용했다.

앞서 최 씨를 고발한 장애인 단체는 지난달 2일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검찰 측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