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4연임을 금지하면 뭐가 좋나요?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8-12 08:00
수정 2020-08-12 09:26

여야가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건영 의원이 국회의원의 4연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 횟수를 합해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은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개정안 내용의 핵심입니다. 국회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입니다.

윤 의원은 의원들에게 보낸 공동발의 요청서에서 "국회의원의 권한이 작지 않음에도 3선 초과 연임 제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의 연임 제한이 없는 것은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이 21대 국회에 입성하고 처음으로 발의하는 법안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안팎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 불신을 선수(選數)가 높은 의원에게 돌리는 것이냐"며 언짢은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통합당 정강정책특위에서는 '4선 연임 제한' 조항을 새로운 정강·정책에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3선인 박대출 의원은 "정강정책특위가 무슨 공천 특위 행세를 하려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국회의원 4연임 금지에 반발하는 여야 중진 의원의 입장을 단순히 '기득권 지키기'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회의원 생활을 오래 한 만큼 행정부에 대한 이해가 대체로 높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또 다른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20년 넘게 같은 부처에서 일해 온 베테랑 고위 관료를 상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국회 내부에서는 오히려 초선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초선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21대 국회는 절반이 초선의원입니다. 한 재선 의원은 "초선 때는 국회 적응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수십 년간 의정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상 여성으로서 처음 하원 의장에 오른 낸시 펠로시 의원은 33년간 의정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별세한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은 9선으로, 51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하원에서의 의정 활동까지 합치면 무려 58년입니다. 버드 의원은 미국에서 최장 의정 생활을 한 인물로 꼽힙니다.

결국 선수를 떠나 유능한 인물이 국회에서 많이 활동하도록 방법을 찾는 게 국가에 이익일 겁니다. 국민들이 여야의 기계적인 4연임 금지 방안에 감동할지도 의문입니다. 국회가 국민에게 반짝 통쾌함을 주는 아이디어만 내놓을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