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후원금 88억 중 2억만 할머니 지원에 사용

입력 2020-08-11 15:44
수정 2020-08-11 15:54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사회복지법인 경기도 광주시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모집된 후원금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 매입과 건물을 짓기 위해 법인의 통장에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간병인은 일부 할머니에게 “혼나봐야 한다” 등 정서적 학대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민간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기초로 특정경제 가중처벌법 위반혐의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조치하기로 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나눔의 집 법인 및 산하시설 조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송기춘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을 모집한다고 홍보해 5년간 약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나눔의 집은 이를 위반한 것이다. 송 단장은 “국민들이 후원한 돈 88억원 중 5명의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에는 2.3%인 약 2억원만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눔의 집 운영법인은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26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후원금도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법인 통장에 쌓아 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이와 함께 할머니들에 대한 간병인의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밝혀냈다. 양로시설 간병인은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를 대상으로 “할머니, 갖다 버린다” 등 언어 폭력을 가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3000여점의 기록물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록물은 국가에서 지정한 기록물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 검토과정을 거쳐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고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해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송 단장은 “국민들이 후원금을 지원한 취지를 잘 파악해 경기도와 광주시가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