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참사는 부패의 결과"…레바논 내각 총사퇴 결정

입력 2020-08-11 07:58
수정 2020-08-11 08:00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참사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내각이 10일(현지시간)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폭발 참사와 관련해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고 밝혔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며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했다. 이어 "현 내각이 국가를 구하려고 노력했다"며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현 내각은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로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와 협의에 나선다.

앞서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올해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폭발 참사가 더해지면서 7개월 만에 좌초하게 됐다.

내각 총사퇴가 정치 혼란과 국민의 분노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도 베이루트 도심의 국회 건물 주변 등에서 시민 수백명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시위 참가자 앤서니 하셈은 내각 총사퇴와 관련해 데일리스타에 "그것은 큰 변화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시위대는 기득권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요구해왔으며, 레바논 반정부 시위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이어졌다.

특히, 8일 시위대 수천명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9일부터 압델-사마드 공보장관,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등 장관들까지 연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대형폭발이 발생한 뒤 160여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전부터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물가 상승,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레바논은 이슬람교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등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갖고 있는 내각제에 가까운 구조다.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다만 이런 권력안배 원칙은 종파 및 정파간 갈등과 정치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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