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2인자’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진)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8개월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 중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이 전 의장뿐이다. 법원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4개월을,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단이 1심과 달라진 이유는 재판부가 2018년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해당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횡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던 중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발견하고 이 역시 압수했다. 이날 재판부는 “압수수색 물건은 영장에 기재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영장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로 압수된 것이므로 증거에서 배제한다”며 “이를 제외하고 이 전 의장이 (노조 와해 공작 등을) 보고받았거나 관여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 등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세워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는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상황실 등을 설치하고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그린화 작업을 실질적으로 지속한 사실과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 전 의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당시 이 전 의장은 최후 진술에서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데 책임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큰 고초를 겪게 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삼성에서 노사 문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