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10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제 막 상장한 리츠마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냉각되자 기업공개(IPO) 일정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게임?바이오?인터넷?2차전지 등 성장주의 인기에 리츠가 소외되면서 리츠 상장 행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부티엔디는 다음달을 목표로 준비해온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상장 시기를 10~11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현재 상장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과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 단지 중 하나인 이비스호텔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쇼핑몰 ‘스퀘어원’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공모 규모는 1000억원, 목표 배당수익률은 5~6%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과 상업용빌딩이 리츠 자산이란 점에서 얼마나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관심을 받아왔다.
국내 최초 물류센터 상장리츠로 주목받은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 역시 준비과정이 순탄치 않아 계획한 10월에 상장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계 물류센터 개발·투자회사인 켄달스퀘어 로지스틱스 프라퍼티스가 준비 중인 이 리츠는 목표 공모 규모만 8000억원에 달해 IPO 시장의 ‘대어’(大漁)로도 꼽힌다. 하지만 핵심자산으로 평가받았던 수도권 소재 물류센터가 최근 편입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자산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말 마스턴투자운용이 프랑스 사무용빌딩에 재간접 투자하는 리츠(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상장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대형 리츠의 IPO가 줄줄이 늦춰지는 분위기다.
리츠의 인기가 뚝 떨어진 여파가 크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폭락했던 증시가 빠르게 활기를 되찾는 과정에서 게임?바이오?인터넷?2차전지 등 성장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배당주인 리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롯데리츠와 신한알파리츠 주가는 올 들어서만 17.2%, 14.7%씩 하락했다.
유통시장의 냉기는 공모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이지스레지던스리츠?미래에셋맵스리츠?제이알글로벌리츠는 청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 첫 해외 부동산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일반 청약에서 대규모 실권주(경쟁률 0.23 대 1)가 발생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들 리츠는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줄곧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배당수익률이 한 자릿수인데다 최근 주가 흐름까지 부진하자 리츠 소외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공모 과정에서조차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리츠의 상장 연기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