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자사고 취소 확정…내년부터 일반고 전환

입력 2020-08-10 16:38
수정 2020-08-10 16:40

명예이사장 등이 수십억원대 회계 비리를 저질러 물의를 빚은 서울 강남의 명문인 휘문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잃게 됐다.

교육부는 "명예이사장 등이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휘문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 동의 결정에 따라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최종 확정,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과 휘문고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2018년 휘문고에 대해 실시한 감사에서 명예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 등이 52억여원의 학교 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자사고에서 먼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거나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취소 절차를 밟은 사례는 있었지만 회계 비리 등으로 인해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잃은 건 휘문고가 처음이다.

교육부의 지정 취소 동의 결정에 따라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학교가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법원 판단에 따라 당분간 자사고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적용 받는다.

휘문고는 2018년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8대 명예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 등이 2011년부터 2017년 한 교회에 체육관 등을 예배 장소로 빌려준 뒤 사용료 외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38억2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이 자사고 지정 이전인 2008년부터 횡령한 액수를 모두 합하면 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이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고, 명예이사장은 사용 권한이 없는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014~2017년 2억39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교육청 고발로 이사장과 사무국장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고,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