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춘천시장의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10일 오전 실종자 가족을 대표해 입장문을 발표한 A씨는 "이제야 정신이 들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사실 시청 직원도 가족과 동료를 잃은 분들"이라며 "밥도 못 먹고 어딜 다니는지도 모른 채 계속 수색을 하는 것으로 안다. 모두 아픔을 가진 채로 실종자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시는 것 잘 알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A씨는 "어제 (의암댐 사고와 관련해) 국민 청원 두 건이 올라온 것으로 안다"며 "가족들이 원하는 건 분명한 진상규명이지 (춘천시장의)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 사퇴 건은 저희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 내용엔 누구의 가족인지, 어떤 경위로 쓰게 됐는지 등 아무런 정보도 없다. 그저 뉴스만 보고 누군가 쓴 청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춘천시장님께서 책임져 주신다고 이야기했고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이) 적극 수색하는 상황에서 해당 글은 오히려 사이를 갈라놓는 글"이라며 "남은 실종자 분들을 찾을 수 있도록 사실이 아닌 내용을 쓰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본인이 사망자 딸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춘천시가 시킨 짓이 아니라면 그런 곳에 누가 뛰어드나"라며 "수문이 열리면 집 한 채도 빨려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그 상황에 조그마한 배를 타고 들어가 일을 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지난 6일 의암댐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배가 전복되면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지금까지 실종자 중 3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춘천시는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와 관련해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춘천시는 사고의 단초가 된 수초섬 고정 작업 지시 책임을 사망한 이모 주무관(32)에게 미뤘다. 이 주무관은 팀의 막내였으며 사고 당일은 아내 출산으로 인한 휴가 중이었다. 이 주무관은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섰다가 생후 50일 된 자녀를 남기고 사고를 당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블랙박스 녹음 내용 등을 공개하며 "휴가 중에 직속 상관 명령을 무시하고 혼자서 경찰선과 환경감시선을 동원하고 기간제 노동자 5명까지 불러 작업을 진행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사다.
한 보수단체는 이날 의암댐 사고와 관련 이재수 춘천시장을 살인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