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와 유통업계가 잇따라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캐릭터 의상이나 옛날 오락기를 제작하는가 하면, 직접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도 한다. 모두 1020세대, 즉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를 겨냥한 신종 마케팅이다. 이들이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쉽게 브랜드에 입문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중 가장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게임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구찌'다. 구찌는 지난해부터 '구찌 비', '구찌 에이스' 등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해 구찌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안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구찌가 자주 사용하는 꿀벌 캐릭터를 게임 캐릭터로 만들었다. 구찌 앱 안에서 브랜드와의 접촉을 늘려서 나중에 경제력이 생겼을때 자연스럽게 구찌를 구매토록 하려는 전략이다.
구찌가 현재 앱에서 제공하는 게임은 '구찌 블룸', '구찌 다이브', '구찌 서프', '마스카라 헌트', '사이키델릭', '구찌 립스', '구찌 그립', '구찌 에이스', '구찌 비' 등 9개에 달한다. 이들 게임은 영어 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지원된다.
샤넬은 주로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 게임을 접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홍대앞, 가로수길 등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상권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아케이드 게임기 등을 배치하고 있다. 쉽게 들락날락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제품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는 게 주요 목표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말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를 반영해 무료 웹 게임을 선보였다. 캐릭터가 미국 뉴욕의 어두운 뒷골목 같은 곳을 계속 달리면서 루이비통 로고를 획득하는 단순한 게임이다. 뉴트로에 푹 빠진 MZ세대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이같은 행보는 세계 명품 수요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겨낭한 측면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중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50%가 여성이고 이들이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명품업계의 게임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게임 캐릭터에 명품 입히기유명 게임과 협업하는 사례도 많다. 게임을 즐기는 젊은층을 그대로 명품 소비자로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닌텐도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캐릭터 의상을 제공한 '발렌티노'와 '마크제이콥스', '메종키츠네'가 대표적 예다. 이 게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옷, 모자 등을 무료로 배포한 것이다. 게임 속에서 '마이 디자인' 기능을 활용해 옷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ID코드를 자사 온라인몰 등에서 확인토록 했다. 즉 자사 온라인몰로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게임 속 의상을 실존 제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루이비통'이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로고와 캐릭터를 모티브로 옷을 내놨는데 출시 1시간 만에 모두 품절됐다.
올해 5월엔 구찌가 인기 모바일 게임 '테니스클래시'에 캐릭터 의상과 신발을 디자인해준 뒤 실제 제품으로도 제작해 화제가 됐다. 게임머니로 구찌 옷과 신발을 살 경우 보석 2500개(1만2500원어치)를 내도록 했다. 게임에서 바로 구찌 온라인몰로 연결시켰는데, 이 옷을 실제 구찌 제품으로 사려면 트레이닝복 상의 262만원, 바지 176만원, 운동화 81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게임 캐릭터에라도 명품을 입히고 싶어하는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또 이 게임은 지난해 구글플레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게임 5위' 안에 들 정도로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
홈쇼핑·백화점도 '게임 개발중'유통업계에서도 게임은 '핫 이슈'다. 회사가 보유한 캐릭터로 게임을 개발하거나, 인기있는 게임과 협업해 이색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젊은층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온라인 게임 출시를 검토하고 나섰다. 2018년 선보인 분홍색 곰 캐릭터 '벨리곰'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4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벨리곰의 인기를 활용해 온라인 게임 외에도 전용 굿즈 등 다양한 연계 사업을 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중년 고객들이 대부분인 홈쇼핑 업체들은 1020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캐릭터 기반 콘텐츠로 고객층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지난해부터 신촌점에서 운영하는 ‘넷마블스토어’가 인기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BTS월드 등 넷마블의 인기 게임의 캐릭터 제품을 판매한다. 매달 6만명 이상이 매장을 방문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전국 4개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글로벌 게임업체 슈퍼셀의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 팝업스토어를 연다. 슈퍼셀은 국내 유저만 400만명 이상이다.
편의점 CU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프로게임단 'DRX'와 함께 진행하는 레드불 이벤트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미 입소문이 났다. CU에서 레드불 캔을 사 DRX 팬미팅에 응모하는 방식이다. 이달 들어 CU의 레드불 매출은 지난달 대비 14.9% 늘었다.
민지혜/노유정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