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5조 바이오헬스케어협회 "2~3년 내 글로벌 바이오허브 발돋움"

입력 2020-08-10 14:13
수정 2020-08-10 14:16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의 핵심은 정보를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겁니다. 바이오기업 대표들이 '번개'를 자주 하는 대전은 이미 훌륭한 허브죠."

지난 6일 만난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사진)은 "좁은 공간에 모인 전문인력들이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클러스터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충남대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교수인 그는 협회가 설립된 2015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협회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오기업 인바이오넷이 대전 전민동에 지은 건물에 입주한 기업 10여곳이 '대덕바이오커뮤니티'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활발한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사모임처럼 운영되다가 2015년 사단법인이 됐다. 2015년은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달성하면서 '바이오기업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던 해였다. 맹 회장은 "기업 대표들이 대전을 보스턴 샌디에이고 같은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로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그런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들이 모여 협회를 결성했다"고 했다.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회장을 맡아야 중립적으로 운영된다는 회원사들의 제안에 그가 회장직을 맡게 됐다.

현재 협회 회원사는 60곳이다.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파멥신 등 상장사가 15곳, 비상장사가 45곳이다. 회원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5조원 가량이다. 출범 당시에 비해 6배 이상 커졌다. 그러나 협회 인원은 맹 회장을 포함해 두 명뿐이다. 그는 "행사가 있을 때 회원사 임직원들이 많이 도와준다"며 "기업들이 이런 걸 해보자고 제안하면 우리는 옆에서 도울 뿐"이라고 했다.

협회는 회원사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세미나와 포럼을 30회 열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와 함께 회원사를 위한 투자행사도 개최했다. 2018~2019년에 12번의 투자행사를 열었고 회원사 30곳이 참여했다. 선배 기업들이 모은 돈으로 후배 기업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8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미래에셋대우에 운용을 맡겼다. 올해도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회원사 15곳이 힘을 합쳤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진단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모여 '코로나19 치료 이니셔티브' 협의회를 꾸렸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가 회장을 맡았다. 맹 회장은 "코로나19는 보건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회원사들이 시료 생산, 전임상 등 제품 개발 과정에서 협력하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이로울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맹 회장은 대전이 바이오클러스터로서 충분한 이점이 있다고 봤다. LG생명과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의 바이오기업 대표들이 가진 경험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선배 기업의 경험을 배운 후배 기업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서울에 있다가 대전에 와서 창업한 연구자도 있다"고 했다. 바이오니아 지노믹트리 레고켐바이오 등 회원사들에서 분사창업(스핀오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맹 회장은 "2~3년 안에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인 유성구 둔곡·신동 지구에 기업들이 입주하면 진정한 글로벌 바이오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