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생인 프로골퍼 김종덕(사진)은 9일 막을 내린 제63회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에 출전한 최고령 선수다. 1998년 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했다. 함께 출전한 막내 김민규(19)와는 40년 차이다.
지난 7일 대회 2라운드가 열린 경남 양산 에이원CC(파70·6950야드)에서 만난 그는 “성적보다 손주 셋이 TV에 나오는 나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시니어투어에 출전하면 종종 TV에 나오는데, 손주들이 ‘할아버지 나온다’고 알아본다더라. 그때 제일 흐뭇하다”고 했다. 김종덕은 국내에서 9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4승을 거둔 레전드. 2011년부턴 시니어투어에서 뛰고 있다. 국내 챔피언스투어에서 벌써 10승을 거뒀고 일본에서도 4승을 올렸다.
내년 4월이면 환갑인데도 경기력은 웬만한 젊은 선수들 못지않다. 전성기 땐 꾸준히 300야드를 쳐 ‘장타자’로 알려졌던 그다. 1라운드에선 280야드가 넘는 티샷을 날려 후배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1주일에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으로 몸을 만든 덕분이다. 김종덕은 “(280야드 날아간 샷은) 잘 맞은 샷이고 실제로는 꾸준히 250~260야드 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회 최고령 커트 통과를 노리던 그의 도전은 아쉽게 좌절됐다. 대회 최고령 커트 통과 기록은 2007년 최윤수가 세운 58세11개월1일. 김종덕이 본선에 진출했다면 이 기록은 59세2개월3일로 늘어날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 6타를 잃은 게 발목을 잡았다.
김종덕은 “1번홀 보기를 만회하려다 보니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급한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내년에도 최고령 본선 진출 기록을 노려볼 작정이다. 아마추어를 위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 각자의 핸디(캡)가 있잖아요. 스코어를 덜 의식하고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하든 휘둘리지 않으면서 ‘나만의 즐기는 골프’를 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산=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