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내 고난도 격투신도 척척…'액션퀸' 꿈 이뤘죠"

입력 2020-08-09 18:04
수정 2020-08-10 00:29
가수 겸 배우 엄정화(51·사진)가 오는 12일 개봉하는 액션코미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으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길에 오른 꽈배기 맛집 여주인(엄정화 분)이 여객기 납치 사건이 일어나자 숨겨온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시사회 후 관객의 허를 찌르는 캐릭터 설정, 좁은 비행기에서 펼치는 화끈한 액션, 허당기 머금은 코믹 연기로 웃음과 재미를 준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엄정화를 만났다.

“5년 만에 컴백한 이유는 솔직히 좋은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요. 이 작품은 ‘오케이 마담’이란 제목부터 좋았습니다. 긍정적이잖아요. 제게 ‘오케이’ 사인을 주는 것 같았어요. 이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품은 액션에 대한 로망을 이루게 됐습니다.”

엄정화는 캐스팅 직후 ‘액션스쿨’에 입학했다. 설령 영화가 완성되지 못하거나 개봉되지 못해도 배운 액션은 남을 것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촬영이 시작되면 몸에 딱 맞는 액션을 하고 싶었단다. “액션스쿨에 예전부터 다니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실제로 간 것은 처음이었어요. 첫 풍경이 잊혀지지 않아요. 배우들이 맨발로 스파링을 하고 있는데,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었어요. 저도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싶었는데, 일단 뛰라고 하더군요.”

그는 뛰는 것이 처음에는 토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느새 즐기게 됐다고 한다. “가수 시절 배운 춤이 액션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단점은 액션을 춤처럼 하는 거예요. 발차기도 춤동작 같았어요. 계속 영상을 찍으면서 연습했습니다.”

극중 액션은 좁은 기내 공간에서 펼쳐진다. 배우로서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막상 비행기 안에 들어가니까 공포심이 생기더군요. 멍해지면서 두려웠어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익숙해지더군요.”

엄정화는 액션, 멜로, 코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베테랑 배우의 진가를 확인시킨다.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어요. ‘온전히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제가 즐길 때, 관객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무엇보다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1993년 데뷔한 엄정화는 상업영화에서 원톱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최고령 여배우’로 꼽힌다. “제가 이 일을 오래한 것은 세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볼 수 있는 준비가 됐기 때문이에요. 괴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즐겼어요. 지금 제 시간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받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떤 배역이든 의미 있으면 다 해요.”

엄정화는 조만간 방송에서 ‘환불원정대’로 나서게 될 모양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제시, 화사, 엄정화와 함께 ‘환불원정대’를 결성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효리는 뭐랄까 세대 차이가 있지만 동지애가 느껴져요. 후배 제시와 화사는 너무 예쁘고 여렸어요. 우리 모두 성격이 너무 여려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불하지 못해요. 하하.”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