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메지온, 헬릭스미스…. 지난해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바이오벤처기업이다. 당시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가 이들 종목에 모여들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쳤다. 가장 많이 오르내린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여덟 배에 달했다.
이들 종목이 최근 증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KRX300헬스케어지수가 연초 대비 65.15% 오르는 등 바이오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이들 종목은 예외다.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지 않으면서도 연초 대비 떨어졌다. 증권사 보고서에서 다뤄지는 일도 별로 없다. 연초 이후 에이치엘비, 메지온 보고서는 각각 2건, 1건 나왔고 헬릭스미스는 0건이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기업이 지난해 발표했던 임상시험 3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주요 이유”라며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하거나 사전 미팅을 했고 헬릭스미스는 3상 설계를 다시 했지만, 투자자들은 일이 잘 풀리기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투자자들의 관심은 씨젠, 알테오젠, 제넥신 등 다른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옮겨갔다. 이들 기업은 매수세가 몰려 연초부터 최근까지 각각 918.60%, 497.71%, 103.68% 올랐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매출이나 기술수출 등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씨젠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작년보다 1691.8% 많은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알테오젠은 지난 6월 총 규모 4조6770억원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도 반영됐다.
문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