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중국 일본 호주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기준가격 반영 시점이 하루씩 늦춰진다. 사무관리업계 부담을 줄여 펀드 기준가의 정확성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자칫 상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한국과 시차가 1시간30분 이내인 해외펀드의 기준가 산출 시점을 당일(T일)에서 다음 영업일(T+1일)로 바꾸는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지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상이다.
현재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오후 3시30분 장마감 뒤 당일(T일) 거래 내역 자료를 토대로 곧바로 기준가 산출 작업을 해 다음날 오전에 공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시차가 크게 벌어진 해외펀드는 전날 종가가 반영된 거래내역을 다음날(T+1일) 산출한 뒤 T+2일 오전에 공시해왔다.
문제는 한국과 시차가 1시간30분 이내인 아시아·호주펀드다. 이들 펀드는 시차가 작다는 이유로 한국펀드와 마찬가지로 당일 장마감 후 바로 기준가를 산출한다. 업계는 “아시아·호주펀드는 당일 거래내역 자료입수 시점이 오후 8~9시로 늦어 기준가 산출 작업이 새벽까지 이어진다”며 “해외펀드 기준가 오류 및 사무관리업계의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국은 아시아·호주펀드도 미국·유럽펀드와 마찬가지로 장마감 다음날 기준가를 산출해 이튿날 공시하기로 했다. 당초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시스템 개발이 지연돼 10월로 미뤄졌다.
판매사들과 일부 운용업계는 해외펀드의 상품성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중국·일본펀드는 8월 10일(오후 5시 이전) 가입(매입) 신청을 하면 다음날인 11일 종가가 반영되는 12일 기준가로 매입이 이뤄진다. 앞으로는 11일 종가가 기준가에 반영되는 13일이 매입일이 된다. 환매일도 마찬가지로 하루씩 늦춰진다. 한 판매사 직원은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전날 급등락이 모레 아침에서야 펀드 기준가에 반영되면 시차가 너무 벌어져 ‘해외직구’ 대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는 매입·환매가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바로 이뤄지지 않아 예측 불가능한 기간이 존재한다”며 “다른 해외펀드처럼 그런 기간이 하루 더 늘어난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박의명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