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 연세대학교 총장 "VR 활용한 원격수업 제공…국내 첫 AI대학 설립 검토"

입력 2020-08-09 17:53
수정 2020-08-10 00:37

“진정한 대학의 경쟁력은 연구력에서 나옵니다. 건물 투자보다 교수 및 학생들의 융·복합 연구를 위한 맞춤형 지원에 힘쓰려고 합니다.”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지난 7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본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아무리 시대가 급변하더라도 대학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연구 기능에 있다”며 “행정적 지원을 위해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취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도 혼란스러운 1학기를 보냈다. 갑작스럽게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원격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고, 등록금 반환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학마다 빠듯한 재정을 쥐어짜며 특별 장학금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서 총장은 “2017~2019년 한 학기를 온전하게 온라인으로 한 강의는 3개뿐이었는데 지난 1학기 8000과목을 한꺼번에 온라인으로 전환했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지난 학기 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오히려 작년보다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서 총장은 1987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기획실장, 국제캠퍼스교육원장 등 학내 다양한 행정보직을 거쳤다. 한국응용경제학회장, 한국지역학회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서 총장 취임 후 연세대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과 인공지능(AI)대학 설립, 학내 전산망 통합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와이에드넷(Y-EdNet·가칭)’ 개설을 위해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기업들과 손잡았다. 서 총장이 취임 전 공약으로 내건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 작업이 코로나19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서 총장은 “대학 교육에서도 ‘매체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 하버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유수 대학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온라인 플랫폼 개설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래 교육의 경쟁력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좌우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서 총장은 “연말까지 와이에드넷의 1단계 구축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며 “기존 온라인 수업과는 다른 차원의 블렌디드 러닝이 가능하다”고 자랑했다. “대학의 원격수업은 단순히 오프라인 강의를 녹화해 온라인상에서 보여주는 것(인터넷 강의)과 다르다”며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이 같은 원격수업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학생 수가 많은 학과는 10개로 분반해 다른 교수들이 같은 과목을 강의했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교수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의 강의를 올려주면 많은 학생이 똑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업 품질도 3차원(3D) 가상현실(VR)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습, 실기 위주 수업은 비대면 강의론 한계가 있지만 이 같은 플랫폼이 마련되면 해부학 실습과 건축 설계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원격수업에 대비해 지난 학기 서버 용량을 네 배로 늘렸다”며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 인력을 많이 확보해 교수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강의를 하더라도 얼마나 차별화된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는지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평가받게 되기 때문에 교수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총장은 별도의 AI대학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요 대학들은 관련 대학원을 두거나 AI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지만 별도의 단과대학을 세우는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서 총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AI, 빅데이터 등 요구되는 분야의 커리큘럼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공과 관계없이 해당 분야의 지식을 학생들이 고루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 교육이 진화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히 기존 학문, 지식을 전수하기만 하면 효용이 떨어진다”며 “창의력, 응용력을 가지고 새로운 학문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교수법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 총장은 학내 교육, 연구, 행정 전산망을 첨단화·통합화하는 작업인 S캠퍼스 2.0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처럼 전산망을 통합하면 효율적인 행정 업무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등록금이 12년째 동결된 데 따른 대학들의 재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 총장은 “코로나19로 외국 유학생 감소 등 대학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방역 비용, 온라인 서버 확충 등의 비용은 늘어나 재정적인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대학들의 비용, 수익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년째 동결되고 있는 등록금만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등록금이 아니더라도 대학들이 재정을 확충할 길을 터줘야 한다”며 “정치자금 기부에 대해 연말 세액 공제를 해주는 것처럼 대학에 대한 소액 기부 등에 이 같은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