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1500여개에 달하는 댐과 관련한 안전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댐의 목적별로 관리주체가 흩어져 있는 데다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사령탑)'는 없기 때문이다. 댐 방류에도 불구하고 8명이 강에 선박을 띄웠다 참변을 당한 '의암댐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전력댐 10개와 다목적댐 20개, 용수전용댐 14개 등을 포함해 전국 댐·보의 숫자는 모두 1만1500여개에 이른다. 댐을 관리하는 주체는 제각각이다. 전력댐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고 있고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은 환경부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소규모 저수지 댐들도 적지 않다.
하천 관리도 이원화 돼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물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겠다며 하천의 수질 개선, 댐 방류 등 수자원 정책을 몰아줬지만, 하천 기본계획과 유지 관리 업무 등은 국토교통부에 남겼다.
선박 운영 역시 중앙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다. 하천법에 따라 하천에 선박을 띄우는 것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댐이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할때 지자체가 댐 인근 하천에 선박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감독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목적 댐 등 수자원공사 관리대상의 경우에는 선박 운영과 관련해 별도의 안전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호우, 태풍주의보 발령 등 위험요인이 있을 때 수자원공사와 지자체가 협의하에 선박 운영을 중단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존재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댐과 하천 관리 주체가 제각각 흩어진 상황에서는 홍수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생태 관리에 주력하는 환경부나 수자원 활용에 초점을 둔 산업부, 하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토부가 관리부처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정책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국가의 각종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조차 댐·하천의 안전 지침 등에 대해선 환경부와 산업부에서 담당한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댐을 관리하는 공사의 한 관계자는 "한강홍수통제소 등에서 댐의 방류량을 총괄해 조절하고 있지만 홍수가 났을 때 댐과 하천 등의 민간인 이동 등 안전에 대해선 지자체가 제각각 이행하는 구조"라며 "댐 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공사는 인근 안전에 대해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낚시와 수상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어 안전과 관련해 불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 의암댐 관리를 맡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가 난 지난 6일 춘천시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수문개방 사실과 방류량을 문자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의암댐은 지난 1일부터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했으며 방류량을 점차 늘려 6일 오전엔 이달들어 최대치인 초당 1만1000㎥ 이상을 방류했다. 댐 방류로 유속이 빨라진 가운데 의암댐 인근에서 수초 섬을 고정 작업하던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행정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3명이 사망하고 3명은 실종된 상황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