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사랑의 불시착'에서 한일관계 해법 찾자"

입력 2020-08-09 08:15
수정 2020-08-09 08:29

일본 최대 경제신문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최악을 달리는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자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고정 칼럼인 풍향계(風見?)를 통해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은 이유와 관계 개선의 힌트 모두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한류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어렵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북한 서민들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낀 것처럼 한일 양국 사이에도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할 이들이 있다는 것. 상대방의 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여 입국금지가 해제되기만 기다리는 젊은 세대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 기업인들이 주인공들이다.


이 신문은 영국 외교관 해롤드 니콜슨이 명저 '외교'에서 '성실, 정확, 평정, 인내, 겸허' 등을 이상적인 외교의 자질로 제시한 사실을 들어 한일 양국의 외교가 "상대를 냉정하게 다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자국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타결의 실마리를 찾아 실리를 관철시키자"고 주장한 사토 에이사쿠 당시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동생이라는 사실도 상기했다. 국교정상화가 박정희 대통령이 '빈곤탈출'이라는 신념을 일관되게 펼친 결과라는 점도 거론했다.

한편 사랑의 불시착의 소재인 '분단'과 이태원 클라쓰의 키워드인 '복수'는 한일 관계를 파탄나게 한 원인이라고도 이 신문은 지적했다.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린 한국전쟁과 이로 인한 분단의 아픔을 일본인은 실감하기 어렵고,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진보 진영이 겨눈 복수의 칼끝이 일본 이상으로 한국내 보수파를 향하는 본질 역시 일본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역시 보수정권에서 숨겨져 있는 인권침해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부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저서 외교에서 해롤드 니콜슨은 '선교사, 광신도, 법률가' 스타일의 외교관을 최악의 외교관으로 꼽았다. 사회현상을 '선과 악' 이분법으로 나눠 독선에 빠지기 쉬운 유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신문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양국이 국수주의를 외교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이 오늘날 한일관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는 등 주변의 위협이 고조되는 이 때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공유할 수 있는 실리를 찾아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양국 정치가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