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에서 이틀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열차는 멈춰서고 공항도 폐쇄됐다. 도심, 농경지 곳곳은 물에 잠겨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8일 방재 당국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지금까지 8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지난 7일 오후 8시 29분께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를 덮쳤다. 3명이 숨진 데 이어 이튿날 재개된 수색 작업에서 2명이 추가로 숨진채 발견됐다.
8일 오전 5시께에는 담양군 금성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7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우로 약해진 지반 탓에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담양군은 파악했다. 오전 4시께 담양군 봉산면 한 하천에서는 8살 여자 어린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가 오후 1시 2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어린이는 폭우로 침수된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곡성군 오곡면에서는 마을창고 뒤편 경사면이 무너져 내려 주민 4명이 다치는 등 곳곳에서 주택 파손 등으로 부상자도 나오고 있다.
◆ 물바다로 변한 광주·전남…수십명 고립되기도
산림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구례와 곡성에 걸쳐 흐르는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일대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범람한 물로 섬진강 일대서 집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변 농경지와 주택 마당 등은 물에 잠겼다. 영산강 수위가 위험선을 넘으면서 영산대교와 영산교·죽산교가 통제됐다. 구례 서시천에서는 둑이 무너졌으며 장성 황룡강 단광천도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광주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도 범람 직전까지 갔다가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그치지 않은 장대비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 극락교와 장록교·나주 나주대교와 남평교 등 영산강 4개 지점, 곡성 금곡교·구례 구례교와 송정리 등 섬진강 3개 지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담양댐, 광주댐, 장성댐, 나주댐, 주암댐 등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 댐들도 일제히 제한 수위를 넘어섰다. 섬진강 댐은 방류가 시작되면서 하류에 있는 전북 임실지역 주민 수십명이 마을에 고립된 상태다.
광주와 전남에선 도심과 외곽 할 것 없이 전역이 물바다로 변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천변 도로, 상가, 주택, 농경지 등이 물에 잠겼다.
이틀간 광주에서만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로 187곳이 침수되는 등 196개 공공시설, 387개 사유시설이 피해를 봤다. 주택 182채를 비롯해 하수도(60), 석축 옹벽(10), 농경지(26) 등도 피해를 입었다. 치명상을 입은 전남 농경지, 과수·축산 농가 등 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틀간 내린 비는 곡성 옥과 511.5㎜, 화순 북 486.5㎜, 담양 485.0㎜, 광주 469.1㎜를 기록했다. 이날 주요 지점 1시간 강수량은 화순 북 55.0㎜, 광주 조선대 43.5㎜, 구례 43.0㎜, 곡성 석곡 36.5㎜ 등이었다.
광주와 화순, 나주, 영광, 함평, 순천, 장성, 구례, 곡성, 담양 등 전남 9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여전히 발효 중이다.
◆ 집중호우로 교통마비…광주공항도 침수
집중호우로 도로 교통이 마비된 것은 물론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KTX와 일반 열차 운행도 모두 중단됐다.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동산∼전주 구간 선로 침수와 곡성∼압록역 구간 교량 수위 상승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전라선 모든 열차(KTX, 새마을, 무궁화호)는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만 운행한다. 월곡천교 침수로 열차가 교량을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광주역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서울 용산~광주역행 새마을호(왕복 8회)는 광주송정역까지, 용산발 무궁화호(12회)는 익산역까지만 운행된다.
집중호우로 광주공항의 활주로가 침수되면서 8일 오후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통제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광주·전남에 50∼150mm, 많은 곳은 250mm 비가 더 내리고 9일 오전(남해안은 오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