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빅4' 호남 싹쓸이…추미애 "지역안배 인사했다"

입력 2020-08-08 14:13
수정 2020-08-08 14:15

전날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 보수 야권에선 전날 인사에 대해 "친정권 검사들만 대거 승진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은 호남 출신이 전부 차지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가 만사"라며 "출신지역을 골고루 안배한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한다. 특정 학맥이나 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한다. 묵묵히 전문성을 닦고 상하의 신망을 쌓은 분들이 발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장 승진인사원칙은 첫째 검찰개혁 의지를 펼칠 수 있는 인사여야 하고, 둘째 검찰 내 요직을 독식해온 특수 공안통에서 형사공판부 중용으로 조직 내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셋째 출신지역을 골고루 안배하고, 넷째 우수여성검사에게도 지속적으로 승진기회를 준다는 원칙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번 인사의 메세지는 앞으로도 아무런 줄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검사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인물들은 사실상 좌천되거나 승진하지 못했다.

반면 조국 무혐의를 주장해 이른바 '상갓집 파동'을 일으킨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

심재철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인사다. 이에 양석조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등이 한 장례식장에서 심재철 부장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고 항명해 이른바 '상갓집 파동'이 일어났다.

조남관 신임 대검 차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참모 출신이다.

검찰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옛 공안부장)은 모두 호남 출신이 맡았다. 심재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북 완주 출신이다.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북 무주 출신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된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전남 순천 출신,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임명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전남 나주 출신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동부지검장에도 친여 인사가 임명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날 김관정(26기)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김관정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대검의 의견서 제출 요구를 받고도 보고 없이 이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하자 대검 형사부 과장과 연구관 5명은 만장일치로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작성했었다.

당시 김관정 부장은 '대검은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어긋난다며 제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견서 제출은 지휘권 위반이 아니다. 심의위의 요청을 거절하면 임무 방기'라는 대검 실무진의 지적에도 김관정 부장은 끝까지 버텼다.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표적인 친여 인사가 임명되면서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