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00㎜ 이상의 비가 쏟아진 집중호우로 1주일만에 2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자동차 침수 사고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달부터 보험회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보험금 청구건수는 이미 4000건을 넘어섰다.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계약서에 적힌 차값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자동차 창문을 열어뒀다면 보상이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개발원은 침수 차량을 정상 차량으로 속아서 살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7일 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4일까지 폭우 등으로 보험금이 청구된 자동차 피해가 4412건으로 집계됐다. 청구금액은 470억원이 넘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태풍이 아니라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 간판이 떨어지면서 차가 파손되는 등 낙하물에 따른 사고는 많지 않고 대부분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물에 잠겨 보험 처리가 완료된 사고는 완전 침수와 부분 침수를 포함해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923건과 2646건이었다. 올해는 8월 4일 현재 1028건이었다. 최근 집중호우를 감안하면 2017년 4260건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우려다.
차량 침수 사고가 났을 때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했다면 대부분 차값을 100% 보상받는다. 다만 자동차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놨다면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자동차 안에 놓아둔 물품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다. 수해로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다른 차량을 살 경우에는 기존 차값에서 새로운 구입하는 차값을 뺀 부분에 대해서만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면 된다.
보험개발원은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 차량을 속아서 구입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요즘 차량은 전자장비가 많아 침수 사고를 당하면 부품 부식으로 안전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침수 차량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해 중고차 시장에 유통될 경우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수 차량 여부는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무료로 알아볼 수 있다.
카히스토리는 자동차보험 사고자료를 토대로 사고이력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험회사에 사고발생 사실이 신고되지 않았거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한 자동차는 전체의 70% 수준이다. 나머지 30%의 자동차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 나올 때 침수 확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차를 구입할 때는 에어콘(히터) 작동시 곰팡이나 녹, 진흙으로 인한 악취 발생여부를 확인하고 안전벨트와 같은 차량 내 부품에 진흙이 묻거나 부식의 흔적이 남아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침수 가능성을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회사들은 보험 가입자들에게 차량 침수 우려를 알리며 피해 예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화재는 차량 침수 예방 비상대응반을 운영하면서 관공서와 함께 이동 안내, 사전 견인 등의 활동을 펴는 중이다. DB손해보험도 침수위험 지역 보험계약자들에게 안내문자를 보내주고 있다. KB손보는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대전 지역에 ‘KB손해보험 긴급 재난 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피해 차량의 신속한 구난과 보험금 지급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