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인에 주는 기초연금 15조…저소득층 지원액 추월한다

입력 2020-08-06 14:56
수정 2020-08-06 15:17

노인 10명 중 7명에게 월 25만~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내년 15조원에 이르러 단일 복지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2017년 8조1000억원이던 기초연금 예산은 4년새 2배 가까이 불었다. 세계 최고로 빠른 고령화 속도와 정부의 기초연금 확대 정책 때문이다. 기초연금 증가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져 2030년 32조원, 2050년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13조2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증가한 15조원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줄곧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예산 규모가 가장 큰 복지 사업이었으나 내년엔 기초연금이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에게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7년만 해도 9조9000억원으로 기초연금(8조1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기초연금은 이후 2018년 9조1000억원, 작년 11조5000억원, 올해 13조2000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기초생보 예산이 13조6000억원이니 차이가 4000억원으로 좁혀진 것이다. 내년 기초생보 예산은 아직 추계 중이지만 15조원엔 못 미칠 것으로 보여 기초연금이 추월하게 된다.

기초연금 예산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1차적인 원인은 빠른 고령화에 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이하(올해 부부가구 기준 월소득인정액 238만원 이하)에게 지급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빠르게 늘어나니 기초연금 수급자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7년 487만명에서 내년 600만명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정부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2018년 9월부터 한달 연금액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높였다. 지난해엔 소득 하위 20% 이하의 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렸다. 올해는 30만원을 주는 대상을 소득 하위 20~40%로 넓혔다. 내년엔 모든 수급자에게 30만원을 준다. 내년 기초연금 인상 혜택을 보는 소득 하위 40~70% 수급자는 약 250만명에 이른다.

이런 영향으로 2016~2017년 2~3%였던 기초연금 예산 증가율은 2018년 12.7%, 지난해 26.0%, 올해 14.6% 등으로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 기초연금 예산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점이다. 복지부가 작년말 기초연금 예산을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21조원, 2030년 32조원, 2040년 61조원, 2050년 100조원까지 커진다. 지방비까지 합친 예산은 2030년 41조원, 2050년 128조원에 이른다. 한 예산 사업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면 전체 국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28개국은 평균적으로 65세 이상의 22%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한국의 지원 범위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핀란드와 노르웨이도 각각 47%, 18%에 그친다. 대신 한국의 지급액 수준은 28개국 중 꼴찌다. OECD가 "한국의 기초연금은 지원 범위는 넓고 지급액은 낮아 빈곤 개선 효과가 낮다"며 "좀 더 가난한 노인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제도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미래 세대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연금 수급자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되 새로 65세가 되는 세대들에 대해서는 지급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