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용 LG이노텍 최고인사책임자 "자부심이 곧 '실적'…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일하는 대기업"

입력 2020-08-06 15:25
수정 2020-08-06 15:27

“자부심 있는 직원은 오너처럼 일한다”는 말이 있다. LG이노텍은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대신 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 주인의식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LG이노텍이 ‘PRIDE’ 활동을 추진한 이유다. 동기 부여와 일하는 방식까지 과감하게 바꾸고 있다. LG이노텍의 인사를 총괄하는 박철용 최고인사책임자(CHO·전무·사진)에게 회사의 조직문화 혁신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전무와의 일문일답. ▷직원들의 자부심에 초점을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고객에게 남다른 가치를 제공하려면 임직원들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 필수라고 판단했습니다. 자부심으로 성과를 내고, 성과로 인해 다시 자부심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 좋은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PRIDE 활동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매우 긍정적입니다. 지난해 1월 정철동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임직원들이 신임 CEO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LG이노텍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회사 정책에 반영됐기에 임직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PRIDE 활동 중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등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 강화가 눈에 띄는데요. 근무 유연성 강화가 업무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까.“근무시간과 공간의 유연성 강화가 잘 정착된다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야근이 줄어들고 일할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도 직원들의 이직을 예방할 수 있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으니 ‘윈윈’입니다.” ▷구미, 평택, 광주, 마곡 등 전국에 사업장이 있고, 제조업이라 직무도 다양합니다. 여러 임직원의 니즈를 PRIDE 활동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특정 사업장이나 직무, 직급, 성별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임직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활동을 설계해야 했죠. 이를 위해 전 임직원 대상 설문을 비롯해 직무·사업장별 심층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직원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실행 가능성이 낮거나 특정 직군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는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PRIDE 활동을 통해 LG이노텍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봅니까.“몸집이 큰 대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불필요한 절차와 형식은 최소화하고 업무 본질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보고 단계를 최소화하고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자료를 한번에 검토하는 ‘한방 리뷰’ 등이 대표적입니다. 부서장 등 리더들은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조언자 역할에 집중합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 사례는 무엇입니까.“핵심 업무가 아닌 일은 가능한 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원칙입니다. 문서를 자동 번역해주는 인공지능(AI) 번역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죠. 이외에도 스마트폰이나 PC로 접속해 회의가 가능한 모바일 화상회의 시스템인 ‘웹엑스’, 메신저 기반의 공동 작업 도구인 ‘팀즈’ 등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업무 처리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AI 챗봇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AI 챗봇을 활용하면 채팅창에 대화하듯 키워드를 입력해 일정 조회·등록, 회의실 예약, 근무시간 관리, 기준·제도 검색 등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안을 강화한 최신 장비를 갖추고 멀티화면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와 실시간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세미나, 워크숍 등 단체활동을 비롯해 임금단체협상 체결 조인식까지도 모두 온라인으로 하고 있고요.” ▷최근 채용을 늘리는 분야가 있는지요.“미래 핵심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기판소재 사업과 카메라 모듈 사업 분야의 연구개발 및 생산기술 전문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과 공정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죠. 디지털 전환을 위해 빅데이터, AI, 공정자동화 및 시뮬레이션 전문인력의 영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정기공채에서 상시채용으로 바꿨습니다. 신입사원은 되도록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선발하고자 합니다.” ▷최근 신설된 팀이나 부서가 있습니까.“최근 고객가치혁신실을 신설했습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인 ‘페인 포인트’를 통합관리하는 전담조직이죠. 페인 포인트를 빠르게 알아내기 위해 사업부별로도 고객가치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잠재 수요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