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것과 저무는 것들로 이뤄진 곳이 시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침공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앞서가는 자가 있다면 이를 뒤따르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유효상과 장상필이 함께 쓴 《반환점에 선 유니콘》은 유니콘과 카피캣의 세계를 다룬다. 이제껏 유니콘 관련 책은 꽤 많이 출간됐다. 그런데 유니콘을 모방한 카피캣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은 드물었다. 저자들은 집필 배경을 말하면서 “유니콘 기업을 연구하며 가장 흥미롭고 놀라운 점은 유니콘 중에는 수백 개의 카피캣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카피캣은 ‘흉내를 잘 내는 고양이’에서 유래한 용어로,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를 모방해서 비슷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 팔로어’ 기업을 말한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왜 유니콘인가’와 ‘유니콘으로 가는 길’인데, 뒷부분이 훨씬 심도있게 다뤄진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카피캣 대열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음식배달업에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이 차량공유 서비스인 드라이브 나우를, 벤츠가 카투고를, 아우디가 아우디앳홈이라는 카피캣을 만들었다.
카피캣이 가장 번성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카피캣 전략으로 성장했다. 중국 유니콘의 대부분은 독창적인 사업 모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카피캣 전략으로 우뚝 섰다. 한국의 쿠팡과 티몬, 카카오택시, 콜버스, 풀러스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의 음식배달 서비스도 국내의 대표적인 카피캣들이다.
이 책의 가치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카피캣과 유니콘 기업들에 대해 풍성한 사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부의 첫 장인 ‘카피캣 성공 기업 살펴보기’에선 중국의 카피캣 전략과 분야별 카피캣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공유 모빌리티는 흔히 카피캣 전략의 교과서로 통하는데 선도기업인 우버를 디디추싱, 리프트, 카림, 그랩 등이 따르고 있다. 공유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뒤를 카피캣인 카우치서핑, 도그베케이, 로버닷컴 등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편 소셜미디어 세대의 쇼핑법 카피캣으로는 그루폰과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책상 위의 아이비리그’ 사례에는 유데미, 코세라, 그리고 유다시티 등이 있다. 밀키트의 가정혁신 분야에서는 블루에이프런, 헬로프레시 등과 같은 카피캣이 활동하고 있다. ‘고기의 반란’ 분야에서는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조합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이것과 저것을 뒤섞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유니콘과 카피캣이 그런 대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