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료애 끈끈할수록 업무성과 쭉쭉 올라간다

입력 2020-08-06 17:36
수정 2020-08-07 02:24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영국 공상과학(SF) 드라마 ‘블랙 미러’ 중 에피소드 ‘추락’은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의 점수를 매기면 그 점수가 삶에 영향을 준다는 상상 속 이야기를 다룬다. 5점 만점에 4.2점을 받은 주인공 레이시는 4.8점인 친구 나오미로부터 결혼식 들러리 부탁을 받는다. 결혼식장에 가던 레이시가 불행한 상황에 빠지며 2.6점으로 떨어진다. 그러자 나오미는 레이시에게 결혼식장에 오지 말라고 통보한다. 신기술이 사람들을 함께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어떻게 갈라놓을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메신저와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은 실시간 상호작용으로 작업 흐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등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동시에 그 기술들은 인간관계를 해치고 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미국 기업가이자 작가인 댄 쇼벨은 저서 《다시, 사람에 집중하라》에서 “기술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고도로 연결돼 있다는 환상을 갖지만 실제론 점점 단단하게 뭉치지 못한 채 느슨하게 연결만 돼 오히려 고립돼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들어 올릴 때마다 흥미로운 보상을 얻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슬롯머신에 매달린 손잡이를 당기듯 두드린다”며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와 같은 기기를 통한 관계의 연결을 기대하면 당장은 일시적 안도감을 주지만 결국 관계를 약화시키고 우리 삶을 고립되도록 해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단언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직장 내 외로움이 더욱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기술 확산에 따른 관계의 혼란에 맞서 다른 이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서로의 연결을 만들어 내는 방법론인 ‘경험 르네상스’를 제창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기술이 가득한 직장 내에서 사람 사이의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 효과적 리더, 효율적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직장인들을 덜 기계적이고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정서적 요구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성취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관계가 좋을수록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와튼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한 면담 결과 직장인들은 친한 사람과 일하거나 조직 내 동지애가 없어 외로움을 느낄수록 업무와 직무, 성과 수준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사람들은 인생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서로 신뢰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보다는 될 수 있으면 직접 대화를 많이 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의사를 전달하면 맥락의 상당 부분이 사라져 분쟁이나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얼굴을 보면서 부탁하면 이메일로 부탁하는 것보다 34배 더 효과적”이라는 마흐디 로가니자드 미국 웨스턴대 교수의 2017년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지나치게 신기술에만 의존해 얼굴 보는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문자나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의 새 글에 반응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만 의존하게 된다”며 “이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에 가깝다”고 역설한다. 이어 “이메일로 전달하려는 생각을 상대가 받아들여 원하는 효과가 나길 기도하는 대신 직접 상대와 만나 내가 원하는 게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게 훨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팀과 협력하고 아는 것을 공유하는 ‘공유 학습 훈련하기’는 성과와 생산성을 높이고, ‘다양한 아이디어 장려하기’는 집단 사고를 방지하고 팀 내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이 자기식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도록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감을 주는 등 사회적 보상이 되는 칭찬과 인정을 자주 하고, 구성원들의 요구나 상황을 보살피고 이해하는 등 공감하는 리더가 되는 것도 사람 간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드는 주된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기술과 자동화가 많은 직업을 없애면서 공동체 수를 감소시키는 등 우리 존재 자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효과적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능력인 공감, 열린 마음, 비전 등 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기계가 절대 잘할 수 없다”며 “더 깊은 연결과 더 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신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