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관료 3명 중 1명 다주택자"

입력 2020-08-06 17:09
수정 2020-08-07 02:36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부처와 산하기관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은 다주택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보유한 평균 부동산 재산이 12억원으로 국민 평균의 네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일 이 같은 내용의 ‘국토부, 기재부 등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107명의 평균 부동산 재산은 12억원이며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은 1인당 33억500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출신인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1위로 75억원의 부동산 재산을 갖고 있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39억2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경실련 측은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6명이 주택정책을 다루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감독원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이 보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평균 시세는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0년 6월) 들어 15억원에서 22억8000만원으로 52%(7억8000만원) 상승했다. 부동산·금융정책을 직접 다루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원회 소속 39명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가격도 같은 기간 5억8000만원(5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공직자 107명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 기준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39명(36%)으로 집계됐다. 3주택 이상 보유자도 7명이었다. 무주택자는 7%에 해당하는 8명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에 집을 가진 공직자도 39명(36%)이었다. 전 국토부 국토정책국장인 강팔문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 한재연 대전지방국세청장 등 3명은 강남 4구에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알짜배기 아파트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올바른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번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은 올해 3월 공개한 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했다.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 부동산·금융정책을 다루는 주요 부처와 산하기관 소속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7명을 대상으로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