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 포터와 승합차 그랜드 스타렉스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은 밀린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이달 라인별로 돌아가며 주말 특근을 할 예정이다. 스타렉스는 지난 1일 기준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가 6730대, 포터는 5742대에 달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42라인의 특근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형 상용차는 불황형?‘자영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1t 트럭 판매가 불붙고 있다. 소형 상용차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형 창업을 위해 구매하는 ‘불황형 자동차’다. 많이 팔릴수록 경기가 나쁘다는 지표로 해석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배송 차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올여름 휴가 테마로 자리잡은 ‘차박(車泊)’ 인기로 레저용 개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소형 상용차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 택배용 1t 트럭 수요 증가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달 포터 판매량은 9172대로 6월(7641대)보다 20.0% 증가했다. 월 판매로는 지난 3월(917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기아차 1t 트럭 봉고도 지난달 6251대가 팔려 올 들어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전월(5657대)과 비교해선 10.5% 늘었다.
1t 트럭 판매의 호조세는 급증한 택배 수요가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비접촉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택배 시장이 급팽창한 결과다. 지난해 27억9000만 개였던 택배 물량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20% 가까이 늘어난 33억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은 올 상반기에만 늘어난 배송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5000명의 배송직원을 추가 고용했다. 늘어난 택배를 취급하기 위해 1t 트럭 판매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택배용 탑차 개조 업체 관계자는 “2분기 이후 신규 택배 차량이 증가하면서 개조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택배시장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 택배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0%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박 인기로 상용차 개조도 늘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밀집 휴양시설을 꺼리는 사람들이 차박 등 캠핑으로 몰린 점도 1t 트럭과 승합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차박족(族)은 포터와 봉고, 스타렉스 등 소형 상용차를 개조해 캠핑카로 꾸미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캠핑카로 개조한 차는 32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9대)보다 287% 급증해 지난해 전체 캠핑카 개조 대수(2195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도 늘어나는 캠핑 수요를 잡기 위해 지난달 포터를 개조한 캠핑카 ‘포레스트’를 출시했다. 포레스트는 계약 시작 이후 현재까지 200여 대 판매됐다. 이 차의 캠핑카 개조는 전문 특장차 업체가 맡고 있다.
내부 공간이 넉넉한 스타렉스도 캠핑카 개조를 위해 선호도가 높은 차로 꼽힌다. 스타렉스는 지난달 월별 판매 실적으론 올 들어 가장 많은 4475대가 판매됐다. 포터와 봉고, 스타렉스의 인기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집계한 지난달 중고차 경매 현황에 따르면 포터는 출품된 282대 중 224대가 주인을 찾아 낙찰률이 79.4%에 달했다. 출품 대수가 100대를 넘는 차종 중 경차인 기아차 레이(81%)에 이어 낙찰률이 가장 높았다. 봉고(67%)와 스타렉스(58%)도 전달보다 낙찰률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형 상용차 부진…경기 회복 판단 일러소형 상용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지난달 전체 상용차 등록 대수는 2만3862대로 전달보다 7.2% 증가했다. 지난달 승용차 등록 대수가 13만467대로 한 달 새 15.6%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상용차 판매 인기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상용차 불황’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5t 이상 트럭과 중대형 버스 판매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대형 버스 판매량은 전달보다 각각 30.0%와 42.3% 줄었다. 중대형 트럭만 생산하는 타타대우도 전달보다 판매량이 10% 넘게 빠졌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건설 경기와 단체관광 수요는 여전히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