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강압취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채널A의 전·현직 기자들만 재판에 넘겼다. 애당초 ‘검언 유착 의혹’ 프레임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4개월 만의 첫 기소 사례다. 이들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은 공범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구속기한 만료일 직전인 지난 4일까지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포렌식하며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 등을 들여다봤으나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정진웅 부장검사가 ‘몸싸움 논란’을 벌여가며 한 검사장의 유심칩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거짓 보도’에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 없다면 최소한의 설명을 해 줄 것과 한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검찰을 향해 역공을 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복잡한 금융 범죄도 아닌 간단한 강요미수 혐의를 4개월 동안 수사했으면서도 한 검사장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수사팀이 추가 증거를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팀이 끝내 한 검사장을 기소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번 수사를 밀어붙인 이성윤 지검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