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뚫으면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ETF의 금 보유량은 미국 중앙은행(Fed)을 제외한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주요 금 보유국의 비축 물량을 넘어섰다. ‘탈(脫)달러’ 시대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관련 글로벌 ETF가 보유한 금은 3366t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30.5% 급증했다. 세계 2위 금 보유국인 독일(3364t)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량보다 많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미국 중앙은행은 8100t을 갖고 있다.
올 상반기 금 ETF로 유입된 자금은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역대 최고치다. 하반기 들어서도 200억달러 넘게 늘어나 운용자산(AUM) 규모가 230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금 관련 ETF는 금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금 현물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등에선 금 ETF가 선물과 현물을 모두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도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셰어 ETF’는 1000t이 넘는 금 현물을 보유하고 있다. 금 ETF 1주를 매입하면 금 0.1온스를 사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약세와 경기 침체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였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연간 금 생산량의 20%를 사재기하면서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러시아 터키 중국 등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들이 탈달러를 위해 금을 샀다. 금 가격이 급등하자 직접 투자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 ETF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금 ETF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PDR 골드셰어 ETF는 이날 189.5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33.2% 상승했다. 금 채굴 기업 관련 지수의 두 배 수익을 내는 ETF도 주가가 급등했다.
국내 금 관련 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가격이 뛰고 거래량이 급증했다. S&P GSCI 골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ODEX 골드선물’과 ‘TIGER 골드선물’은 지난달 각각 10% 넘게 올랐다. 지난달 KODEX 골드선물 거래량은 6월 대비 80%가량 늘었고, TIGER 골드선물도 1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 레버리지 금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금선물 ETN’ 등의 상품도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