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도…'순한 위스키' 시대 연 디아지오

입력 2020-08-05 17:20
수정 2020-08-06 02:00
정통 스카치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0도 이상이다. 스코틀랜드에선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어야 위스키로 인정한다. 요즘 스코틀랜드 양조장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12년째 한국 위스키 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다. 한국은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이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전략 국가.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도수 높은 위스키 소비가 매년 줄면서 위스키 회사들은 앞다퉈 도수 내리기 경쟁을 벌였다.

이 전략은 통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전체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40도 미만 저도주 위스키 점유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 저도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도수를 더 낮추는 동시에 고연산 원액을 사용해 ‘프리미엄 저도주 시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디아지오는 최근 대표 저도주 위스키 브랜드 ‘W19’(사진)와 ‘W허니’의 도수를 국내 최저 수준인 32.5까지 낮췄다. 기존 저도주의 평균 알코올 도수는 35~36.5도였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칵테일처럼 즐기는 저도주 위스키 판매가 증가했다”며 “무연산이 대부분이던 저도주 시장에 연산 저도주를 선보여 소비자 신뢰를 얻었고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도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32.5도까지 내렸다”고 설명했다.

W19는 19년 숙성된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선 위스키 출고량이 줄고 있지만 세계적으론 장기 숙성한 위스키 원액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다. 단일 증류소에서 나오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올 들어 원액 재고 부족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브랜드가 나오기도 했다.

W19에 쓰인 위스키 원액은 저도주 가운데서도 가장 가치 있는 원액이라는 평가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고연산 원액을 한국 소비자 전용 저도주를 위해 올초 대량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위스키 장인도 투입됐다. 디아지오 본사의 마스터 블렌더인 크레이그 월리스가 블렌딩했다. 월리스는 조니워커 킹조지5세, 라가불린, 탈리스커 등을 만든 인물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