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생장갑' 크린랲 건전지 제조업 뛰어든 까닭은

입력 2020-08-05 15:53
수정 2020-08-05 16:22

위생장갑을 생산하는 크린랲이 주력 업종과는 거리가 먼 건전지 제조업에 뛰어들어 화제를 낳고 있다. 크린랲은 최근 건전지 브랜드 ‘하이퍼맥스’ 시리즈를 출시하고 알카라인 건전지 제품을 선보였다. 하이퍼맥스는 1차전지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개발·생산하는 100% 국산 제품이다. 부엉이, 개구리, 판다 등 동물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AA사이즈·AAA사이즈, 10개들이 상품으로 기획됐다.

크린랲이 건전지 사업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6월 알이배터리를 인수하면서다. 이전까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크린셀’이라는 건전지를 판매했으나 이번 회사 인수를 통해 건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도산 위기에 처한 국내 유일의 건전지 제조회사를 인수해 국산 건전지의 명맥을 잇겠다는 승문수 크린랲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크린랲이 인수한 알이배터리는 2015년 ‘로케트건전지’로 친숙한 로케트전기 출신 건전지 전문가 20여 명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1990년대 후반까지 ‘백셀’과 국내 건전지 시 장을 양분하며 건전지업계의 국민 기업으로 불렸던 로케트전기는 외환위기 때 경영난으로 로케트건전지의 영업권과 상표권을 P&G에 매각했다. 이후 모바일 정보기술(IT) 기기의 보급으로 건전지 수요가 줄고,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건전지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던 로케트전기는 2014년 법정관리를 밟았으나 2016년 결국 폐업했다.

알이배터리는 건전지 제조기술과 제조시설을 보유한 국내에 몇 안 되는 업체로 알려졌다. 회사 창립 이후 자체 브랜드인 ‘쎈도리’ 등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판매 실적 부진으로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크린랲 인수 당시에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린랲 관계자는 “인수 결정 전에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도 나왔지만, 국산 전지의 명맥을 잇고 우수한 제조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돕자는 승문수 대표의 의지로 인수가 결정됐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 생활용품 사업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