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 참사를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참사 원인과 관련해선 미 군 당국이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참사가 폭발성 물질인 질산암모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발표와는 차이를 보인다. 반면 미 CNN은 군 당국의 판단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군 당국자들은 아직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로 많은 사람이 죽고 수백 명의 사람이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데 대해 레바논의 국민들에게 미국의 깊은 위로를 보낸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거듭 표한 뒤 "미국은 레바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레바논 국민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돕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그것(폭발 참사)은 끔찍한 공격인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사고가 아니라 공격이었다고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폭발에 근거해볼 때 그런 것 같다"며 "나는 일부 우리의 훌륭한 장성들과 만났다. 그들은 그랬던 것(공격이었던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것은 일종의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에 따르면 그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CNN은 3명의 미 군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베이루트를 뒤흔든 거대한 폭발과 관련해 '공격'이었다는 징후는 없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CNN은 군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당국자는 CNN에 누군가가 해당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일을 벌였다는 징후가 있다면 보복 공격에 대한 우려에 따라 역내 미군 병력 및 자산에 대한 부대 방호 강화가 자동적으로 이뤄졌을 텐데 지금까지 그러한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레바논 당국자들이 이번 폭발을 공격으로 규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루트가 표적이 됐다는 점을 주저함 없이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 당국의 브리핑을 인용하며 베이루트 폭발을 설명하는 데 있어 '공격 이론'을 제시, 재앙적인 베이루트 폭발의 배후에 폭탄 공격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레바논 당국자들의 설명과 상반된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CBS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원인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레바논 폭발을 '공격'으로 표현했다"며 이번 폭발 참사가 '공격'으로 규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두 차례 발생, 현재까지 최소 78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