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불안하면 토지거래허가 검토"…규제 '끝판왕' 꺼낸 홍남기

입력 2020-08-04 17:14
수정 2020-08-05 01:38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4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특정 지역의 집을 사기 전에 일일이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으로,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계속되면 더 강력한 입법에 나서겠다”고 했다. 23번째 부동산 대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더 센’ 24번째 대책을 예고한 것이다. 추가 규제 엄포 놓은 정부 ‘8·4 대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40개월이 지났으니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번 대책은 그간 치중해온 규제 강화와 결이 다른 공급 대책이지만 쉴 새 없이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도 “이게 끝이 아니다”고 엄포를 놓았다. 홍 부총리는 “공급 확대 대책이 개발 호재로 인식돼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을 통해 시장 불안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지역별 허가제 대책을 내놓은 선례는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6일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일대를 개발해 아파트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직후 인근 집값이 급등했다. 그러자 불과 8일 뒤인 14일 용산 정비창 부지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해당 구역에서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에서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매수한 집에서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고강도 규제로 꼽힌다. 지난 6월 23일 추가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은 이후 한 달간 주택거래 허가신청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3% 급감하기도 했다.

여당 역시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급 대책 이후 시장 교란 행위가 나타나면 모든 행정력과 정책수단을 동원해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며 “필요하면 더 강력한 입법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세금 추가 인상 등까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대책 실효성도 의문공급 대책의 실효성이 낮아 가까운 시일 안에 ‘땜질’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4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사업 도입이다.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규제 등을 완화해주는 대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수익의 90%를 공공기여 방식으로 국가가 환수하도록 한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초기 사업장의 20% 정도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5년간 5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준다지만 추가 수익의 90%를 뱉어내라는 건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민간 참여가 저조해 또 보완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주택 임대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는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에 관련된 세입자 보호를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장관은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거부한 뒤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사실이 적발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며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세입자가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