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시장의 연간 거래량은 약 377만 대에 달한다. 180만 대인 신차시장의 두 배 규모다.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한 ‘레몬마켓’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허위 매물, 운행 정보 조작, 부품 불량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76%는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외국계 자동차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안효진 체카 대표(사진)가 2017년 국내 최초로 중고차 통합인증 및 상품화 업체를 설립한 배경이다. 체카라는 사명에는 ‘자동차를 여러 번 점검한다(check × car)’는 의미를 담았다.
통상 중고차 업체들은 매입한 중고차를 팔기에 앞서 차량 품질 검사와 광택, 판금 도장 등 수리 작업을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공업사를 거친다. 공정별로 서로 다른 공업사의 손을 거치는 데다 품질도 일정하지 않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체카는 신차 제조 공정 마지막에 있는 ‘소비자 인도 전 사전 검수(PDI)’라는 개념을 중고차 공정에 도입했다. 성능 점검을 비롯해 판금·도색, 휠·타이어 수리, 유리·실내 복원, 소모품 교환, 광택 등을 한자리에서 처리해 헌 차를 새 차 수준으로 복원해 주는 것이다. 출고 후 1개월 내 혹은 2000㎞까지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보상한다는 보증서도 발급한다. 중고차 입고부터 출고까지 스마트폰으로 차량 점검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도 체카 서비스만의 강점이다. 체카의 중고차 원스톱 상품화 공정 기술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사업화 기술 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안 대표는 “미국과 일본에선 이미 차량 품질 보증 사업이 활발하다”며 “소비자 시각에서 ‘제3의 눈’으로 중고차 품질을 책임질 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케이카, AJ셀카, 오토플러스 등 전문 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갖춘 현대캐피탈, KB캐피탈(KB차차차) 등 할부 금융업체가 제각각 경쟁하고 있다. 체카는 롯데렌터카, 현대캐피탈, KB캐피탈 등 업계 선두권 업체들로부터 위탁받아 중고차를 매입하거나 거래할 때 품질 인증 작업을 하고 있다. 품질을 중시하는 수입 중고차 브랜드 인증 시장에선 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체카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통합인증센터 앞 부지에 ‘신개념 주차타워’를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국내 최초의 ‘중고차 자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가 체카가 품질을 보증한 중고차를 모바일로 쇼핑한 뒤 중고차 자판기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중간 유통 마진이 없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체카는 올해 신규 취급 중고차 규모를 1만2000대, 내년엔 2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 매출 2600만원으로 시작한 체카는 이듬해 7억8000만원으로 30배로 늘어난 데 이어, 2019년 11억7000만원으로 다시 1.5배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 전년도의 3배 수준인 3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고용도 급증해 설립 당시 2명으로 시작된 스타트업이 현재 27명이 근무하는 강소기업이 됐다. 안 대표는 “중고차 개인 간 거래(P2P)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