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AI비서 시장…이용률 저조하자 발빼는 MS

입력 2020-08-04 14:28
수정 2020-08-04 14:30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기'로 꼽혔던 '인공지능(AI) 비서'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성능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충성 사용자'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내년까지 AI비서 '코타나'의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앱) 지원을 종료한다. 하만카돈의 AI스피커 '인보크'에서도 코타나 기능이 빠진다.

MS는 한 때 아마존 애플 구글과 함께 '빅4'로 불릴 만큼 AI 비서 시장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모바일과 기타 기기에서 코타나의 대다수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사용자들의 코타나 이용률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S는 앞으로 코타나의 모바일 서비스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생산성 지원도구로서의 기능을 좀더 부각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365, 팀즈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접목해 음성으로 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공유하는 식으로 활용도를 변경한다는 얘기다. MS는 "혁신과 개발에 초점을 맞춰 고객이 가장 필요한 곳에 코타나 지원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AI 비서에 대한 고민은 비단 MS뿐만이 아니다. AI 비서의 성능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데도 이를 체감하는 이용자들은 많지 않아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음성인식 서비스의 이용률은 25.2%에 그쳤다. AI 비서가 활성화된 지는 벌써 10여년이 됐지만 과기정통부 측은 조사에서 아직도 AI 비서를 '서비스 초기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AI 비서가 정작 실생활에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AI 비서는 뉴스·음악 청취용(54.9%)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어 날씨·교통 정보를 얻는 용도(46.8%), 일정 관리(17%), 일반질문(13.15%), 전화걸기(11.2%)의 사용 순위를 나타냈다. 고도화된 음성 인식 능력이 요구되는 번역은 5.6%에 그쳤다. 20대, 30대, 40대 등 주로 젊은 층에 사용 연령이 편중돼 있는 점도 해결돼야 하는 숙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삼성전자가 구글과의 새로운 글로벌 매출 공유 일환으로 자체 개발한 AI 음성 비서인 빅스비와 갤럭시 앱스토어를 자사 기기들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2017년 갤럭시 S8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던 빅스비 대신 구글의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갤럭시 전면에 내세워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빅스비를 사물인터넷(IoT) 관련 허브로 특화해 육성하고 있다. 빅스비는 삼성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함께 '멀티 IoT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멀티 IoT 허브는 목소리 하나로 여러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TV와 냉장고 등 삼성의 모든 기기를 유기적으로 IoT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직접 방문해 AI, IoT가 적용돼 있는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하며 소비자가 좀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 도입 계획에 대해 경영진과 의견을 나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