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멥신이 중국 바이오기업 에스엘바이오(SLBio)와 손 잡고 비소세포폐암 병용 치료법 개발에 나선다.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VEGFR-2) 항체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 병용요법이 뜨고 있어서다.
파멥신이 에스엘바이오와 비소세포폐암 병용요법 개발을 논의한 것은 1년 전부터다. 에스엘바이오가 먼저 파멥신에 접촉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3일 "에스엘바이오가 시장에 나온 VEGFR-2 항체와 이 회사의 후보물질인 C-005를 병용한 결과 부작용 문제가 있었다"며 "글로벌 제약사 출신 인력이 다수 포진한 에스엘바이오에서 우리 후보물질인 '올린바시맵'을 자세히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파멥신의 올린바시맵은 신생혈관을 유발하는 VEGFR-2의 활성을 저해한다.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려고 영양분과 산소를 더 많이 끌어당긴다. 그러려면 혈관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물질이 VEGF다. 이 인자가 혈관표피세포에 있는 VEGFR과 결합하면 건강하지 못한 혈관이 마구 생성된다. VEGFR은 1부터 3까지 있는데 이 중 VEGFR-2가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멥신은 올린바시맵과 에스엘바이오의 EGFR 억제제 'C-005'를 병용 투여하는 전임상을 진행한다. EGFR은 암세포에 발현되는 물질로 상피세포성장인자(EGF)와 결합해 암의 증식을 돕는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정상세포보다 10배 많은 EGFR이 발현된다. 에스엘바이오는 뇌로 전이된 비소세포폐암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폐암은 뇌로 전이가 잘 된다. 유 대표는 "C-005가 혈뇌장벽(BBB)을 잘 통과하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에스엘바이오의 데이터를 봤더니 가장 많이 팔리는 EGFR 억제제인 타그리소(아스트라제네카)보다 효능과 안전성이 좋았다"며 "나와 박현선 전무가 수 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항VEGF 계열과 항EGFR 계열의 시너지 효과는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VEGFR-2 항체 '사이람자'와 로슈의 EGFR 억제제 '타세바'가 대표적이다. 이 병용요법은 지난 5월 미국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 병용요법이 타세바 단독요법(12.4개월)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를 19.4개월로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PFS란 약물 투여 후 암세포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사이람자·타세바 병용요법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로슈의 VEGF 항체 '아바스틴'과 타그리소도 폐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파멥신은 올린바시맵이 사이람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린바시맵은 VEGFR-2에 붙는 위치(에피토프)가 다르다. 항체치료제의 경우 에피토프에 따라 효능과 안전성이 달라진다. 사이람자는 고혈압, 위장관 천공, 동맥혈전색전증 등 부작용이 있다. 올린바시맵은 재발성 뇌종양, 고형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등의 임상에서 뛰어난 안전성을 보였다.
쥐의 항원에 붙지 않는 사이람자와 달리 올린바시맵은 쥐의 항원에 붙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 대표는 "사이람자는 인간의 항원에는 붙지만 쥐의 항원에는 붙지 않아 동물실험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올린바시맵은 어떤 암에서 잘 듣는지, 어떤 암에서 내성이 빨리 생기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동물실험 데이터는 임상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