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올해를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로 삼고 계열사별 사업 특성에 맞는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기술이 경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며 “한화가 잘하는 것과 앞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촉발된 기술을 장착하고 경영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적극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사적 변화를 위해 조직 개편부터 단행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13개 사업본부 50개 팀을 15개 사업본부 65개 팀으로 개편했다. 15개 사업본부 중 9개는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부서로 총 65개 팀 중 60%가 이들 본부에 소속돼 있다. 조직체계도 관리 중심에서 성과 및 프로젝트 중심으로 변화했다. 바뀐 조직체계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주어진 과제에 가장 적합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 리더가 된다. 필요할 경우 임원을 프로젝트 팀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권한도 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에 본격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전통적 대면 채널인 영업 분야도 비대면으로 바꾸기 위해 설계사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영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화토탈은 생산공장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대산공장에서 가동 중인 모든 설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설비정보포탈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달부터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30만 개 설비에 대한 사양, 도면, 점검이력 등을 검색을 통해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한화토탈은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연간 3만2000시간의 업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기술자의 입국이 어려워지자 안경에 부착된 렌즈 및 디스플레이로 원격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해 대산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해상·육상·항공기 내 고속통신을 가능케 하는 위성통신 부품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6월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 솔루션’의 사업 및 자산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시스템은 페이저 솔루션의 전문인력부터 기술자료, 지식재산권, 테스트 장비 등 원천기술까지 확보하게 됐다. 국내 1위 영상보안 기업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테크윈은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폐쇄회로TV(CCTV)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래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도 하고 있다. 최근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투자한 미국 수소 트럭 업체인 니콜라가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미국 수소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니콜라의 수소 충전소에 공급하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