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이 바닥?…고개드는 '3분기 저점론'

입력 2020-08-02 17:15
수정 2020-08-03 00:4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 실적이 올 2분기에 저점을 찍는다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런데 최근 ‘3분기 저점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 회복은 더디고 미국 남미 인도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주도주로 떠오른 비대면 대표주 등의 실적이 3분기부터 내리막을 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진 ‘2분기 저점론’이 많다. 3분기 실적 전망치는 2분기보다 높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 수준까지 회복하면서 실적 전망치의 정확도를 믿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고개 드는 ‘3분기 저점론’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저점론이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6월 78.1에서 7월 72.5로 떨어졌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달 넷째주(19∼25일) 143만 건으로 2주 연속 늘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유럽에서는 거리 상점이 아직까지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는 등 글로벌 소비 위축이 여전하다”며 “기업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라갈지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넷플릭스 등 코로나19 주도주가 2분기에 호실적을 냈는데 3분기부터는 내림세를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도 부작용 우려가 있어 장년층 이상은 접종이 제한될 수 있다”며 “활동 인구는 젊은 층으로 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 CCSI는 지난 6월 81.8에서 7월 84.2로 올랐지만 회복세는 둔화됐다. 실업급여 지출액은 6월 1조1103억원으로 전월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2분기가 저점일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고용 회복이 잘 안되면 8~9월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난지원금이 7월 거의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8월부터는 이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사라지면서 내수 중심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도 문제다. 남미와 인도 등에서는 코로나19가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퇴하는 3분기 실적 전망다수의 전문가는 아직 2분기 저점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컨센서스(세 곳 이상 전망치 평균)가 있는 코스피200지수 포함 종목 126개의 영업이익(은행·증권·보험사는 순이익)은 3분기 31조5079억원(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전망된다.

3분기 전망치는 낮아지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월 말 36조8631억원에서 6월 말 32조5951억원으로 줄었고, 최근 31조5079억원으로 내려앉았다. 2분기 22조4846억원(기발표 기업은 발표한 수치, 미발표 기업은 컨센서스로 합산)과 비교하면 여전히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으로 하향 조정이 빨라지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직 2분기보다 높지만 전망치 정확도가 떨어져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종별 격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전망치는 비제조업이 90.5로 지난달보다 18.1 올랐다. 반면 제조업은 74.9로 같은 기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채원 대표는 “소비재·산업재 종목의 3분기 전망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제조업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100)보다 낮은 것도 눈에 띈다. BSI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 전망을 물어 산출한 지표인데 기준선보다 높으면 긍정 응답이,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