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금금리도 0%대 진입…초저금리 거품 확산 경계해야

입력 2020-08-02 17:56
수정 2020-08-03 00:17
은행권의 지난 6월 평균 예금금리가 연 0.89%로 사상 처음 0%대로 진입했다. 정기예금이 연초에 일제히 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정기적금까지 동반급락해 저축성 상품의 금리가 한 달 새 0.18%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다. ‘0%대 금리’는 예금의 자산증식 기능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1억원을 넣어도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떼면 월 이자가 6만2700원(연 75만2940원)에 불과하다. ‘화폐의 타락’이자, ‘이자의 죽음’이라고 부를 만한 익숙지 않은 금융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듯이, 초(超)저금리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저축할 곳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위험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기대수익률이 1~2%포인트만 높아도 ‘몰빵 투자’가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낮은 2금융권으로 갈아타는 현상도 뚜렷하다.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불안이 부른 ‘쏠림’이다. 최악의 사모펀드 사기가 속출하고, 개인 간(P2P) 금융의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럴수록 걱정스러운 것은 자산 거품 확대다. 가뜩이나 정책실패로 급등세인 부동산시장은 초저금리 바람에 더 불안정해졌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중심의 이상급등은 강북에 이어 세종 등 일부 지방으로도 확산세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과속·고공비행이 우리 경제의 비효율을 키울 것임은 자명하다. 주부 학생까지 증시로 달려가는 움직임도 조심스럽다. 직접금융 활성화는 바람직하지만, 바이오 테크 등 일부 업종에 ‘묻지마 투자’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

‘돈값 추락’이 부르는 양극화 심화 등 사회·경제적 파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자 생활자의 삶을 위협하고, 노인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서울 강북의 3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집 없는 계층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돌발사태까지 덮치면 경제 전반에 메가톤급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