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지표가 전월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해외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 등 불안 요인이 많고, 소비 지표 개선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 덕분이라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전(全)산업생산은 5월 대비 4.2% 증가했다. 올 들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다가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도 0.7%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에 비해 자동차(22.9%) 반도체(3.8%) 등 생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7.2% 급증했고, 서비스업생산은 교육(5.4%) 등이 늘면서 2.2%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전월보다 줄어든 덕분에 제조업 관련 지표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제조업 생산은 7.4% 늘어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가동률도 7.8% 올랐다. 특히 제조업 수출 출하는 9.8% 증가해 1987년 9월(19.2%) 이후 3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월까지 수출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줄었던 기저효과가 컸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격히 개선됐다는 얘기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에 비해 2.4% 증가하며 3개월 연속으로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될 예정이라 자동차 관련 소비가 늘었고,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지급된 데다 더운 날씨로 여름 옷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승용차 등 내구재(4.1%), 의복 등 준내구재(4.7%),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모두 늘었다. 유통 업태별로 보면 면세점(15.8%), 백화점(14.3%), 대형마트(6.2%), 편의점(1.5%) 등에서 늘었지만 슈퍼마켓·잡화점(-5.6%)은 줄었다.
설비투자는 5.4% 늘었다. 정밀기기 등 기계류(4.7%)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7.2%) 투자가 모두 늘어난 영향이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인 건설기성도 0.4% 증가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증가하며 5개월만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4~5월 세계 주요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수출이 감소해 생산 및 제조업이 좋지 않았는데, 6월부터 주요국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관련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직접적이고 충격이 큰 반면 회복되는 속도도 그만큼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도 진정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광공업생산(-0.5%) 제조업생산(-0.4%)이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기획재정부는 "3분기에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