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급등한 '비트코인'…2017년 대란 때와 뭐가 달라졌나

입력 2020-08-02 08:00
수정 2020-08-02 10:00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시세가 이번주 1400만원대 가까이 치솟으며 연중 최고점을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약 2개월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지난 19일부터 2주째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만든 가상자산 선물거래소 백트(Bakkt)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역대급 신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2017년과 같은 가상자산 급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상승장이 오더라도 저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상입니다. 2017년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3년간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학습된 투자자들과 성숙해진 시장…ICO 사라지고 대기업 위주로 시장 개편2017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이 성숙해졌다는 것입니다. 2018년 가상자산 시장 버블이 꺼진 이후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않게 됐습니다. 급등이 오면 반드시 급락이 온다는 점을 학습했고, 무작정 보유를 하다가 코인 자체가 증발해버리는 것도 목격했죠.

이에 짧은 시간 안에 '치고빠지는' 식의 거래를 하거나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선물거래로 몰려들었습니다. 길고 긴 하락장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떠났지만, 남은 투자자들은 선물 투자를 하거나 코인을 옮겨다니며 살아남아 ‘베테랑’ 투자자가 됐습니다.

백서(사업계획서)만 요란하게 작성해도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ICO(가상자산공개)시장은 사실상 사멸됐습니다. 코인 발행은 이제 웬만한 대기업이 도전해도 쉽지 않은 일이 됐죠. 3년의 시간동안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며 대부분의 코인 프로젝트들이 사라졌고, 대신 일부 대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JP모건의 'JPM코인', SBI그룹의 'S코인' 등이 대표적인 대기업 발행 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는 카카오의 '클레이', 네이버의 '링크', 현대BS&C의 '에이치닥' 정도가 꼽힙니다.


이제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려면 이들과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어지간히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이상 코인 발행은 엄두조차 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죠.

코인과 마찬가지로 거래소도 대형 거래소 위주로 개편이 진행 중입니다. 투자자들은 '먹튀' 위험이 있는 중소형 거래소 이용을 꺼리고 있습니다. 대신 입출금 문제나 보안 걱정이 없는 대형 거래소로 몰려들었죠.

법적으로도 중소형 거래소들의 난립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규제 법안을 담은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내년부터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인허가를 받으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거나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선제조건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십억 규모에 달하는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 유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만약 인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소를 열면 불법 영업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죠. 이에 국내에서도 소수의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대다수의 업체들이 폐업했거나 폐업이 예정된 상황입니다.
달라진 규제환경…가상자산 합법화하는 국가 늘어나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환경도 크게 변했습니다. 2017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없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법률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죠.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어떠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세금은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혼란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규제 수립 움직임이 일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관련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를 가장 빨리 마련한 미국의 경우 최근 통화감독청(OCC)이 은행들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의 규제 정비까지 나섰습니다. 이에 미국의 은행들이 합법적으로 가상자산을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처럼 수탁할 수 있게 되면서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 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도 특금법이 내년 3월부터 시행 예정에 있으며, 국회와 정부가 가상자산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관련 시행령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안을 확정지은 것도 이같은 움직임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엇갈리는 전망…"수요 증가"vs"하락할 것"가상자산 시장이 3년간 빠른 변화를 맞은 가운데 시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가상자산 서비스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은 지난 29일 비트코인 투자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며 "비트코인 가치 저장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다먼트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 투르 디미스터도 "가상자산 시장에 곧 큰 폭의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서서히 더 큰 가격 상승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이자 금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지난해 2월과 10월에도 1만 달러를 넘겼었지만 이후 각각 38%, 63%가량 폭락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도 1만달러를 넘겼다가 15%가량 급락했다. 다음 하락은 또 얼마나 클지 기대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과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지난번과 같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까요. 불개미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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