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오는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사진)은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비상대권'을 동원해 1년 뒤인 내년 9월 5일 입법회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에서는 공중의 안전과 관련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행정장관에게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비상대권'이 부여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은 후보 확정 시한인 31일 오후 5시가 지나서 열렸다. 전날 조슈아 웡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출마 자격이 박탈된 데 이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홍콩에선 코로나19가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일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야권인 민주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범민주진영 입법회 의원 22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법상 한번 연기되더라도 14일 이내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그 이상의) 연기는 홍콩의 헌법적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의 헌법과 법률 구조상 이러한 식의 조작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60여개국에서 선거가 실시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선거 연기 결정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홍콩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면서 "수많은 홍콩시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SCMP는 이번 결정으로 기존 입법회 회기 연장, 의원 자격 유지 등을 비롯해 여러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데이비드 렁 홍콩 검찰총장은 이번 주 테레사 청 법무장관과의 의견차이를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홍콩보안법 사건 처리에서 배제된 뒤 이같이 결정했으며, 청 법무장관은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홍콩보안법 발효 후 홍콩 고위직 공무원이 사의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 내에서 홍콩보안법에 따른 불편한 기류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