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 통장 압류…창립 60돌에 '펑크' 위기

입력 2020-07-30 17:34
수정 2020-10-05 16:28

금호타이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회사 통장을 압류하면서 회사 운영자금이 동결됐다. 직원 급여는 물론 협력업체 물품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금호타이어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은 30일 광주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회사 운영자금 통장을 동결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27일 회사를 상대로 낸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채권 압류)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생긴 일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 금액은 204억원으로, 금호타이어의 작년 전체 영업이익(574억원)의 35%에 달한다. 재판도 안 끝났는데 채권 압류부터 1심 재판의 승소 판결이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내세운 채권 압류 근거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와 도급 계약한 사내 협력사 근로자 33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광주·곡성공장에서 타이어 제조 공정 중 일부 업무를 담당해온 이들은 “파견직 비정규직을 금호타이어가 직접 고용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들이 협력업체의 감독을 받아 근무했고 회사가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금호타이어 근로자들과 분리된 작업 공간에서 근무한 점을 이유로 파견 계약이 아니라고 맞섰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1심 판결이 경쟁사나 다른 제조업체의 판결과 차이가 있어 항소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내 협력사 근로자 4명이 낸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들이 한국타이어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조는 1심 판결 이후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 일부 지급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경제계에선 비정규직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운영자금 통장 압류는 일반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 근로자들이 급여를 보장받기 위해 쓰는 비상 조치”라며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정상화 계획도 물거품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금호타이어는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이 잦아지면서 타이어 수요가 급감했다. 올 1분기 184억원이었던 영업적자는 2분기에 2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빚도 많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는 2조원을 웃돈다. 이 중 4713억원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다.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가 60억원에 이른다. 한 푼이 아쉬운 절박한 상황에서 운영자금 통장이 압류되면서 직원 급여와 물품 대금 지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광주 본사와 서울 사무소에는 하루 종일 거래 은행과 협력 업체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용도 하락에 따른 기한이익상실(금융회사가 만기 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원한다는 비정규직 노조의 해사(害社) 행위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 노조는 지금이라도 채권 압류를 해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보형/도병욱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