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주도세력이 바뀌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반발하는 3040세대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현 정부 초기에 정권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이끌었던 5060세대의 ‘태극기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약화됐다. 커지는 집회 규모네이버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다음달 1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이들은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광장에 모여 더불어민주당사까지 행진하고 민주당에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면담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8일과 25일에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부동산 대책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18일에는 주최 측 추산 500명이 참가했는데, 1주일 뒤엔 참가자가 5000명으로 10배로 늘었다. 카페 관계자는 “이번에는 참가 인원을 3000명으로 사전 신고했는데 사람들이 이보다 더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매주 주말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대책으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현실을 아는지 탁상행정인지 정부에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7시엔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정규직 노조)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를 연다. 노조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창립 이후 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규직 전환 대상 1호 사업장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규직 전환 모델을 정립할 수 있게 호소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층 집권세력에 실망”중년층과 노년층이 주로 참석하던 태극기 집회는 정치적 성격이 짙었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열리는 반정부 집회는 청년층이 이끌고 있고, 시위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경제 이슈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의 경우 30대 젊은 직원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이들과 비슷한 연령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여(巨與) 국회와 정부의 횡포에 자신의 이익을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현 정부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는 3040 청년층에서 나오는데 국회의원 평균 연령대는 50대여서 청년층의 ‘분노’가 잘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진 경제 상황이 불평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