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많이 찍으면 부채에 더 반영…'자본 취약' 증권사 과다 발행 규제

입력 2020-07-30 17:06
수정 2020-07-31 02:30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100조원 넘게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 상품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자본 여력이 부족한 증권사가 ELS를 발행할 경우 부채 반영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헤지자산에서 외화자산 비중을 높이고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는 낮추는 등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들어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지난 3월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증권사 ELS를 정조준했다. 우선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ELS를 과도하게 발행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자산과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레버리지 비율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잣대다. 증권사들에 레버리지 비율을 1100% 아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기자본 대비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이 클수록 레버리지 비율 분자에 반영하는 부채 금액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자기자본 대비 원금 비보장형 ELS 등 발행잔액이 50~100%인 증권사는 부채로 반영하는 비율이 현재 100%에서 내년 말 113%, 2022년엔 125%로 높아진다. 발행잔액이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하는 경우엔 2022년 부채 반영 비율이 200%로 현재의 두 배가 된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대비 ELS 발행액이 큰 일부 증권사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보다 ELS 발행액이 더 많은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884%) KB증권(874%) 삼성증권(872%) NH투자증권(842%) 신영증권(834%) 순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

ELS 자체 헤지자산에 대한 분산투자 규제도 새로 도입됐다. 대형증권사들은 ELS 가입 고객이 맡긴 돈의 80~90%를 각종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 뒤 남은 돈은 파생상품을 사들여 해외 기초지수 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그런데 편입 자산 중 해외채권 비중이 약 7%에 불과해 달러로 증거금 납입 요구가 들어오면 대처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전채 편입 비중이 20%에 달하는 등 특정 자산 쏠림 현상이 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당국은 해외지수 ELS는 연말까지 10%, 2022년부터 20% 이상으로 외화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여전채 편입 비중은 2023년까지 10%로 낮출 계획이다. 매일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로 외화증거금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원화 유동성 비율 규제에 3~6개월인 ELS 조기상환 시점을 반영하는 등 유동성 관리체계도 개편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위험 고지도 강화한다. 당국은 증권사가 ELS 특정 조건 충족 여부에 따른 수익률과 손실률을 균형 있게 표시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ELS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란 점을 소비자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