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의 코로나19 DNA 백신에 필수라는 전기천공기와 제트주사기, 주목할 점은?

입력 2020-07-31 10:21
수정 2020-07-31 10:23
제넥신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투약에 필수로 쓰이는 장비인 전기천공기와 제트주사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넥신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GX-19'를 제트주사기로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백신 용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전기천공기와 제트주사기의 안전성과 효능을 비교한 뒤 최적의 투여법을 골라 임상 2a상에 들어간다. 이번 임상시험 승인으로 임상 1상 피험자는 40명에서 60명으로 늘어났다. 임상 2a상은 150명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GX-19는 DNA백신이다. 체내에 들어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DNA를 이용한다. DNA백신을 주사하려면 전기천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DNA가 세포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서다. 전기천공기는 세포에 전기자극을 줘서 일시적으로 구멍을 만드는 기기다. 제넥신이 임상 중인 자궁경부암 백신에도 전기천공기가 쓰인다.

제넥신은 다양한 이유에서 제트주사기의 효능을 시험하고 있다. 우선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이 전기천공기보다 약하다. 제트주사기는 바늘 대신 초속 200m 이상의 초고속으로 약물을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분사하는 기기다. 일각에서는 제트주사기로 백신을 맞을 때도 통증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트주사기를 맞는 순간 전기 충격을 받을 때처럼 깜짝 놀랄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주사를 맞는 데 아예 안 아플 순 없다"면서도 "전기천공기보다는 통증이 덜하다"고 했다.

전기천공기로 백신을 맞는 게 위험한 사람도 있다. 전기자극을 주기 때문에 심장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제트주사기를 쓰면 그런 위험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 제트주사기가 전기천공기보다 크기가 작아 운반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제트주사기는 소총 크기인 데 반해 전기천공기는 과일상자 크기다. 가격도 전기천공기는 수천만원대지만 제트주사기는 수백만원대다. 성 회장은 "전기가 없는 열악한 곳에서도 제트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 환경이 떨어지는 동남아, 중동 등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데도 제트주사기가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GX-19의 수익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GX-19를 투약하는 데 쓰이는 전기천공기와 제트주사기를 다른 회사로부터 구매하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임상시험에 쓰이는 전기천공기는 국산 제품이고 제트주사기는 미국의 파마젯 제품이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DNA백신에 미국의 아이코어가 제조하는 전기천공기를 쓴다. 그래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아이코어에 주는 계약을 맺고 이 회사의 제품을 임상시험에서 사용한다. 아이코어처럼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해도 제넥신이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제넥신은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백신 접종 가격에 장비 비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아직 국내 전기천공기 업체와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제트주사기의 경우 가격이 싸고 우리가 파마젯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맞을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

GX-19를 상용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동네 병의원 중 전기천공기나 제트주사기를 갖추고 있는 곳이 적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 이 문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우리가 사서 병의원에 대여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동네 병의원에 장비를 들이는 것보다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 설치한 뒤 백신을 접종하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성 회장은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